[사설]통방융합 단계적 해결이 필요하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와 전문위원회에 새로운 규제 방안을 제출하고 치열한 공방전을 펼치고 있다. 정통부는 사업자를 전송서비스와 정보서비스로 2분류 하는 포괄적이고 전면적인 전환을, 방송위는 콘텐츠·플랫폼·네트워크로 3분류 하는 과도기적 절충 방안을 각각 주장하고 있다. 양측의 첨예한 견해 차이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이슈가 불거지면서 관심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추진위와 전문위가 통신과 방송으로 나뉜 규제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하기로 의견을 모으고 있다는 소식이다. 위원회는 기존 규제기관을 완전히 해체하고 대신 새로운 행정기관을 세울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정통부와 방송위를 합칠 것인지를 놓고 설왕설래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통신과 방송으로 나뉜 규제기관을 하나로 통·폐합하는 방안에는 해당 기관을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새로운 규제방식을 도입한다 하더라도 규제기관이 지금처럼 2원화될 경우 관할권 다툼이나 중복규제, 마찰 등이 나타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서로 다른 규제기관으로 인해 해당 업체의 불편이 따르고 행정 또한 비효율적이 되기 쉽다.

 지금까지 진행상황을 보면 추진위와 전문위가 당초 우려와 달리 매우 적극적으로 통·방융합 문제 해결에 나서고 있어 기대된다. 새로운 규제 틀을 마련하고 이에 합당한 규제기관의 편제를 마련하는 것이 통·방융합의 핵심인만큼 두 가지 원칙의 정립은 커다른 진전이 아닐 수 없다. 이제 남은 것은 새 규제방식과 규제기관 정립에 필요한 구체적인 내용물을 어떻게 이끌어 낼 것인가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심정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추진위와 전문위의 가동과 운영에 있어 단계적 해결 방식이라는 기술이 필요한 때라는 점이다.

 첨예한 통·방융합 관련 논의가 예상 외로 규제기관 통·폐합과 2분류 내지 3분류의 수평적 규제로 발빠르게 수렴되고 있지만 완전한 해결까지는 얼마만큼의 시간이 더 필요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특히 폭발력이 큰 규제기관 통·폐합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이 같은 우려는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다.

 추진위와 전문위로서는 폭발력이 큰 만큼 성과도 돋보이기 때문에 새 규제 틀을 마련하는 쪽보다 규제기관 통·폐합에 더 집착할 가능성마저 있다. 그러나 추진위와 전문위가 규제기관 통·폐합 문제를 원만히 해결했다 하더라도 정작 실행은 차기 정부로 미뤄질 공산이 높다. 규제기관 통·폐합은 정부조직 개편의 틀 속에서 이루어져야 하는만큼 임기 말 정부에서는 매우 어렵다. 그만큼 통·방융합의 실현이 지연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런 점을 고려한다면 추진위와 전문위는 우선 참여정부에서 해결 가능한 수평적 규제방안을 하루빨리 매듭짓는 데 우선 주력해야 할 것이다. 지금 논쟁이 치열한 정통부의 2분류 방식과 방송위의 3분류 방식 중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는 이해관계나 견해 차이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문제다.

 이 문제 해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견해에 따른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하루라도 빨리 융합서비스를 제도의 틀 속으로 수용하는 자세다. 일단 시급한 수평적 규제 틀을 먼저 마련해 통·방융합 서비스의 상용화를 이룬 연후에 규제기관 통·폐합 문제를 다루어도 늦지 않다. 차기 정부가 규제기관을 통·폐합할 수 있도록 필요한 해법과 기반을 조성하는 데에는 아직도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 차제에 추진위와 전문위는 언제까지 새 규제틀을 마련할 것인지, 규제기관 통·폐합 논의는 어느 시점을 목표로 진행할 것인지 로드맵과 타임 스케줄을 제시해 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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