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 중앙에 위치한 슬로바키아. 서유럽과 동유럽 전역에 물류 공급이 원활하다는 이점 때문에 소니·폴크스바겐·푸조·마쓰시타·오스람 등 세계 내로라하는 기업의 생산기지가 여기에 있다. 국내 기업으로는 삼성전자와 기아자동차가 있다. 갈란타에 있는 삼성전자 슬로바키아법인을 찾기 위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차로 달리기를 두 시간, 광활한 대지 위로 ‘삼성전자 슬로바키아법인’이라는 커다란 간판이 들어온다.
◇유럽으로 공급되는 AV 생산기지=생산공장만 4만3000평, 물류센터까지 포함하면 8만평이 넘는다. TV·모니터·MP3플레이어·셋톱박스·홈시어터 생산기지로 여기서 나오는 제품은 유럽 전역에 공급된다. 올해 총 판매대수는 720만대 정도. 이중 디지털TV가 330만대로 40%를 넘는다. 지난해 120만대에서 3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미국 디지털TV 생산기지인 멕시코법인과도 물량이 비슷하다. 디지털TV 최대 성수기인 9·10·11월 물량을 38만·48만·52만대로 잡고 있지만 유럽 디지털TV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슬로바키아법인이 삼성 내에서도 디지털TV ‘최다’ 생산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양영찬 삼성전자 슬로바키아법인 경영지원팀장(상무)은 “내년에 400만대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여기에 대비해 생산성 향상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컨베이어 벨트에서 셀라인으로=1공장(K1)에서 만들어진 SMD 칩마운터는 2공장(K2)으로 가 디지털TV 완제품이 돼 나온다. 현지생산 체계를 위해 SMD 라인까지 함께 갖춘 것으로 현재 32개 SMD 라인을 24시간 3교대로 가동, 매일 1만7000개가 생산된다. 내년에도 6∼8개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2공장에서는 조립라인이 돌아가고 있다. 15개 생산라인과 셀라인 50개에서 제품이 만들어진다. 셀라인은 컨베이어 벨트 방식이 아니라 한두 사람이 모든 공정을 책임지는 것으로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근 삼성이 활발히 도입하는 기법이다. 컨베이어 벨트 방식보다 투자비가 적고 시장 수요에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모니터 전량을 셀 방식으로 생산하고 있으며 디지털TV도 셀 방식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삼성 글로벌전략에 따라 이곳도 SCM이 가동중으로 실시간 주문·재고파악이 가능하며 생산 모델·수량을 사흘 전에 확정하는 3일 확정생산 체계로 재고를 최소화하고 자재부족 문제도 해결하고 있다. 특히 이곳은 주요 협력업체가 40∼50분 거리에 수직계열화돼 있어 자재 조달에 강점을 갖고 있다.
◇통합 물류센터 가동=지난 6월부터는 생산공장 옆에 7560평 규모의 중동구물류센터가 가동중이다. TV 8만대, 축구장 4개를 구성할 수 있는 크기로 유럽 최대 물류기지다. 매일 100트럭(23톤 기준)이 물류센터 문을 나간다. 가동 3개월 만에 이익이 1억달러나 돼 투자금도 회수했다.
현재 갈란타공장에서 생산한 AV기기가 유럽 16개국 유통점에 직접 배송되고 있으며 올 12월에는 독일과 프랑스 판매법인으로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달부터 영국과 네덜란드로는 기차를 이용하고 있다. 자재를 싣고 온 컨테이너에는 완제품을 실어 보낸다.
물류센터를 맡고 있는 임승빈 차장은 “영국과 스페인을 제외하고는 내년까지 모든 유럽 판매법인의 창고를 없앨 계획”이라며 “통합 물류센터가 있어 재고일수를 10일에서 7일로 단축해 물류비를 줄이고 재고 가용성을 증대시키는 등 다양한 효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 유럽 LCD TV 시장에서 필립스를 제치고 수량과 금액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134만7500대 판매에 168억달러 매출을 올린 반면에 필립스는 133만8400대, 150달러 매출로 2위로 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는 독일·영국·이탈리아·스페인·네덜란드 등 유럽 주요국가에서 LCD TV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전자가 유럽시장에서 신화를 창조할 수 있었던 힘. 그것은 아마도 갈란타 생산공장 및 물류센터에서 나오는 경쟁력 때문인지도 모른다. 갈란타(슬로바키아)=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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