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스포럼]테스트베드를 통한 IT글로벌 전략

 김인환 (제주지식산업진흥원장)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갖기 위해 우리는 흔히 가상환경을 만들어 시뮬레이션이나 유사한 실험적 행동을 한다.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갈 때는 더욱더 그러하다. 특히 IT산업의 테스트베드는 성공하는 길로 통하는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지 정확히 10년이 지난 CDMA 서비스는 훌륭한 사례다. 근래 들어 협의의 모바일 테스트베드가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과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구축 운용되고 있다. GSM/GPRS 기반 이동통신서비스 테스트 환경을 구축해 모바일 콘텐츠·솔루션의 테스트베드로 활용하고 있다. 이는 모험의 길을 가기 위한 가장 확실한 신뢰를 주는 대안이다.

 그러나 테스트베드 사업이 항상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프랑스텔레콤의 미니텔사업은 전화번호부를 대신할 수 있는 단말기 보급을 추진했다. 누구나 두꺼운 전화번호부를 뒤지기보다는 단말기로 쉽게 검색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미니텔은 인터넷의 모체가 되기는 했지만 아직도 종이 전화번호부는 없어지지 않고 있다. 미니텔에서 테스트베드의 필요성은 단지 과학적인 영역에만 국한돼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즉, 테스트베드는 광의의 개념에서 파악해야 하고 일정한 사회현상과 사업영역을 감안해야 함을 알려준다.

 나는 IT산업의 테스트베드를 추진하고자 하는 주체의 전략적 자세를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싶다. 첫째, 테스트베드는 목적달성을 위한 가장 경제적인 전략이다. 이는 모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그 소비자의 특성을 지닌 동질적인 집단에 대한 극히 제한적인 환경에서의 신뢰성을 기반으로 하는 통계적 개념이다. 따라서 가장 저렴하고 확실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둘째, 테스트베드는 성공이든 실패든 항상 참값에 근접하게 하는 전략이다. 미래 사회에는 통제하기 어려운 다양한 변수가 존재한다. 인지할 수 있는 변수는 이미 통제할 수 있는 변수일 뿐이다. 아직 나타나지 않은 더 많은 이상 변수와 특히 그 변수가 융·복합화해 만들어내는 다양한 새 변수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테스트베드가 필연적이다.

 셋째, 산업적 유인효과로 활용하는 전략이다. 테스트베드 조성은 대부분 민간보다는 공공기관 주도의 사례에서 볼 수 있다. 이는 미래 유비쿼터스 환경 사회 진입을 위한 모든 인프라를 조성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공공부문이 산업적 파급효과를 견인하기 위해 산업계에 던지는 하나의 트리거(trigger)의 역할을 한다.

 유비쿼터스 사회 도래에서 과학기술은 단지 기술적 진보만을 염두에 두지 않는다. 실험실에서의 성공이 사업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많은 감성적·인문적 환경이 복합돼 갈수록 기술자와의 괴리는 커져 갈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안이 테스트베드다. 이로써 우리는 미지의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을 확보해야 할 것이고, 나아가 인문 사회학적 변수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유비쿼터스의 참값에 접근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이다.

 지난 2004년 정보통신부와 제주도는 IT839의 전략 가운데 하나로 제주 텔레매틱스 시범도시사업을 진행하면서 다양한 텔레매틱스 컨버전스를 경험한 바 있다. 즉 다양한 통신네트워크·디바이스·콘텐츠 간의 컨버전스로 글로벌시장 교두보 위치를 확보했다. 더욱이 제주 특별자치도는 테스트베드 시범 도시사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거버넌스 체계, 즉 제주도청 첨단산업과 신설을 통한 전담조직 설치, 제주대학교 텔레매틱스요소기술연구센터(ITRC)의 인력양성, 제주지식산업진흥원의 택시텔레매틱스 특화사업으로 연계사업 추진, 지역업체의 기술력 확보로 경쟁력 향상·고용증대를 달성함으로써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네트워크와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었다.

 최근 정보통신부의 모바일 필드 테스트베드 사업은 이런 맥락에서 매우 바람직하며 향후 우리나라가 정보통신산업에서 지속적인 비교 우위를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사업이다. 또 통신·방송 융합 등 더욱 많은 테스트베드 사업이 사회 각 분야에서 시도되고 그 결과가 피드백될 때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남이 가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을 개척하는 선도자가 될 수 있다.

 ceo@jejukip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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