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급등·원화절상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올해 5월 말까지 반도체는 작년 대비 14% 늘어난 137억달러의 수출로 한국의 대표산업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 특히 시스템반도체의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국내 중소 팹리스의 급성장은 고무적인 현상 중 하나다.
팹리스업계를 지원하는 현장에 몸담고 있던 처지에서 철저히 분업화된 대만의 시스템반도체 산업모델과 실리콘밸리의 선진화된 기술창업 문화가 부러웠던 시절, 국내의 팹리스는 초라했다. 전문화되지 못해 수익이 될 만한 것이면 반도체설계 외에도 시스템 제조·판매·유통·ASIC 용역에 이르기까지 뭐든 사업을 할 수밖에 없었고, 자금투자·인력·마케팅 그 어떤 것도 여력이 부족했다. 오래된 일도 아니고 불과 몇 년 전이다.
그런 불투명했던 많은 난관에도 불구하고 2∼3년 전부터 급격한 성장을 이루고 있는 지금, 매출액·종업원 수·자산규모 등 모든 면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 현재의 팹리스들은 과연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IMF 외환위기와 대기업의 구조조정, 정부의 벤처지원 정책이 초창기 수많은 팹리스를 양적으로 성장시킨 첫 번째 모티베이션이라면 이제는 양질 전환를 위한 질적 성장의 모티베이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된다. 불과 몇 년 전 힘들었던 시절에는 하나의 정책을 모든 기업에 적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기업별로 차별화된 정책이 수립·적용되지 않으면 안 된다. 성공신화를 일구고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기업은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정책이 요구되며, 그렇지 않은 기업은 인력·자금·마케팅·연구개발 등에서 또 다른 맞춤식 정책이 필요하다.
그에 앞서 기업의 자생적인 경쟁력 확보 노력은 당연한 일이겠지만, 창업 초기 ‘처음처럼’의 벤처정신과, 경쟁보다는 산업의 파이를 키우는 동업자 정신이 절실하다. 얼마 전, 팹리스업계 한 CEO는 ‘100년이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말을 했다. 희망은 원래부터 있는 것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 길을 걸어갈 때 만들어진다는 루신의 말처럼 기업과 산업을 걱정하는 많은 사람이 걷는 그 길에 분명 한국 반도체산업의 신형엔진으로 팹리스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김휘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KSIA) 과장 hwkim@cosa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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