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월드컵 16강과 국민로봇

 ‘100만원대 로봇 상용화’를 위한 국민로봇 사업의 전 단계인 유비쿼터스로봇(URC) 시범사업의 윤곽이 잡혔다. 시범사업 대수는 당초 650대에서 1000대로 늘려 잡았다. 도전적인 행보가 눈길을 끌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사업의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기업과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정부 간 줄다리기가 마지막까지 팽팽했다. 업계와 정부의 시각차는 정부가 지원하는 시범사업이 아닌 실제 상품화 단계인 국민로봇 출시 때는 더욱 커질 것이 뻔하다.

 국민로봇 사업은 서비스로봇의 조기 시장 창출이라는 전대미문의 목표로 만들어진 도전이기 때문에 벤치마킹할 대상도, 참고할 전략도 없는 게 현실이다. 사람들이 김치냉장고를 사듯, 로봇을 사들일까. 성공의 가능성을 점치는 낙관적인 시각은 많지 않다. “우리가 봐도 잘 팔릴지 자신이 없다. 과연 될까” 하는 얘기가 기업에서 나온다. 그래서인지 삼성이나 LG와 같은 대기업도 섣불리 발을 들이지 않았다. 참여기업들이 마지막까지 망설인 것도 이 때문이었다. 자칫 정책을 주도한 정부가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는 대목이다.

 하지만 어떤 전문가도 미래 첨단 IT시장의 주역으로 로봇이 주목받을 것이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로봇강국을 자처하는 일본도 우리 움직임에 긴장을 감추지 못하고 벤치마킹에 나서고 있다. 당장 총대를 메긴 부담스럽지만 사업의 방향과 대의는 수용한다는 게 산업계의 분위기다.

 국민로봇 사업의 준비 과정을 보면서 한국축구의 16강 도전이 떠올랐다. 세계 축구의 높은 벽을인식하고 있으면서도 16강에 들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 시각을 섣불리 내세우지 않았던 것은 그만큼 희망을 걸었고 그 희망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결국 16강 진출에 실패했지만 돌을 던지지 않는 것도 아낌없는 노력을 통해 얻어낸 성과를 인정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16강보다 더 어려운 서비스로봇 사업화를 앞두고 ‘실패 우려’ 운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이 과정을 통해 산업계가 얼마나 많은 요소기술과 마케팅 경험을 얻어 내느냐 그리고 그것이 로봇을 사고파는 세상을 앞당기는 데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를 따지는 일이다.

  디지털산업부·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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