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축구 대표팀이 토고를 격파한 14일 새벽. 우리홈쇼핑 이인상 과장은 독일 현지에서 수시로 걸려오는 전화로 거의 날밤을 샜다. 독일에 급파한 ‘오 필승 코리아 원정대’의 흥분된 목소리가 새벽 내내 귓가를 울렸다.
“월드컵이 시작된 뒤 온통 신경이 독일에 가 있어요. 전화도 밤낮 가리지 않고 걸려오죠. 하지만 14일 새벽은 정말 뿌듯했어요. 소외 장애아들이 기뻐하는 생생한 목소리에 가슴이 벅차 올랐죠.”
우리홈쇼핑(대표 정대종)은 요즘 또 다른 월드컵을 펼치고 있다. 소외 장애아 22명과 서포터즈 9명으로 구성된 ‘오 필승 코리아 원정대’를 독일 현지에 보내면서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에 온통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오 필승 코리아 원정대’는 우리홈쇼핑이 아름다운재단과 손잡고 펼치고 있는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외 장애아동들이 한국 축구 대표팀 경기와 현지 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꿈과 희망을 갖게 하자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소외 장애아들은 24일 스위스전까지 한국팀 경기 관람뿐만 아니라 독일 현지 장애인 작업장 견학, 장애인 축구 경기 참여 등 다양한 현장 체험을 할 예정이다.
원정대 활동을 매일 홍보하고 있는 이길수 홍보팀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히 소외 장애아를 돕자는 취지가 아니라 월드컵을 계기로 사회의 관심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장애 아동들을 다시 한번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소개했다.
우리홈쇼핑은 유독 사회 공헌 활동이 두드러진 홈쇼핑 업체로 유명하다. 오 필승 코리아 원정대뿐만 아니라 직원들이 수시로 가평 꽃동네를 찾아 노인들과 장애인 돕기 봉사활동을 펼친다. 최근에는 아름다운재단이 운영하는 ‘아름다움가게’에 다양한 물품을 기증하고 직원들이 일일 판매 직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홈쇼핑은 지난 2004년 매년 영업이익의 3%를 무조건 사회 공헌 활동 예산으로 집행키로 선언하고 이를 실천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대종 사장은 “기업이 생존하는 사회가 밝아야 기업의 미래도 밝아진다. 사회 공헌 활동은 넓게 보면 결국 기업 생태계를 더욱 건전하게 하는 활동”이라고 강조했다.
우리홈쇼핑은 오 필승 코리아 원정대 발족을 계기로 앞으로 실업, 저출산 등 사회적 이슈와 연계한 사회 공헌 활동을 적극 펼칠 계획이다. 최근 방송을 통해 취업 캠페인을 시작한 데 이어 보건복지부가 저출산 극복 캠페인으로 추진중인 ‘초기 임산부 배려를 위한 배지 달기 캠페인’도 후원키로 했다.
우리홈쇼핑이 이처럼 사회 공헌 활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처음에는 공공 자산인 주파수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사회적 책임 의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사회 공헌 활동을 하면 할수록 조직 경쟁력이 배가되면서 아예 ‘사회 공헌 기업’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정 사장은 “처음에는 임직원들이 봉사 활동을 귀찮아하고 모종의 반발도 없지 않았다”며 “하지만 봉사 활동을 펼치면서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지를 새삼 깨닫고, 삶에 대한 의욕도 커져 업무 능률도 덩달아 올라갔다”고 소개했다.
우리홈쇼핑은 이를 반영하듯 2001년 설립돼 5년 남짓한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200억원대 매출의 견실한 중견 기업으로 성장했다. 2003년 설립 3년 만에 흑자로 전환하면서 사회 공헌 활동도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우리홈쇼핑은 사회 공헌 활동과 함께 중소기업 육성에도 남다른 애정을 보이고 있다. 현재 TV 방송 가운데 80% 이상이 중소기업 상품으로 채워질 정도다. ‘우리’라는 사명도 중소 업체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의미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
우수 중소 기업에 출장 품질 보증 지원 서비스, 신상품 제안시 우선 채택권 부여, 상품 대금 결제 우대, 포장비 및 부자재 비용 20%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선도적으로 도입하면서 홈쇼핑 업계에 중소 기업 지원 바람을 불러오기도 했다.
우리홈쇼핑은 이같은 강점을 살려 앞으로 모바일커머스, t커머스 등 차세대 유통 시장을 주도해 나갈 계획이다. 지난해부터 진출한 동남아, 중국 등 해외 사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수출 역군’으로서도 이름을 올린다는 포부도 갖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부터 신유통 사업이 본격화된다”며 “2010년까지 중소 협력 업체와 더불어 지금의 10배에 달하는 2조원대 매출 시대를 열어젖힐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업 경쟁력
‘고객 서비스는 홈쇼핑 업계 으뜸.’
2001년 출범한 우리홈쇼핑은 홈쇼핑 업계에서는 후발 주자다. 5년 남짓한 짧은 기간 동안 선발 업체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된 것은 ‘고객만족(CS) 최우선 경영’이 빚어낸 성과다. ‘마음에 들 때까지’라는 슬로건을 끊임없이 내보내는 것도 고객 만족이 기업 경영의 첫번째 철칙이기 때문이다.
고객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CS 평가 체제 구축, CS 붐업, CS 교육 과정 개발 등 고객 만족과 관련한 8대 혁신 과제를 선정해 실천하고 있다. 또 업계 최대 규모 고객 서비스 보상제도 도입, 원스톱 상담 서비스 등 파격적인 고객 만족 프로그램을 도입해 경쟁사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홈쇼핑은 이외에도 2004년 업계 최초로 ‘불만 고객 초청 간담회’를 개최하고 매년 2회씩 이를 정례화해 불만 고객이 충성 고객으로 탈바꿈하는 고객 밀착 경영도 실천하고 있다. 이달 초에는 우리홈쇼핑에서 구매를 멈춘 ‘이탈 고객’을 초청한 이색 간담회를 정대종 사장이 직접 주재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고객의 입맛에 맞는 신상품 개발에서도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10월 ‘신상품 운영위원회’를 발족하고, 신상품 선정 과정에 고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장도 마련했다. 해외 진출이 두드러지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국내 홈쇼핑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든 것을 감안하면 해외 시장은 차세대 성작 동력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우리홈쇼핑은 지난해 1월 대만 푸방그룹과 합작 법인 ‘모모홈쇼핑’을 세워 11개월 만에 흑자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올 3월에는 중국에 TV홈쇼핑 경영 컨설팅과 기술을 전수하고 지분을 양도받는 형태로 합작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중국 법인은 내달부터 방송을 시작한다.
정대종 사장은 “해외 시장 진출은 우리홈쇼핑의 제2 도약을 가져올 것”이라며 “대만, 중국에 이어 현재 동남아 진출을 위해 시장 조사에 착수해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끄는 사람들
우리홈쇼핑은 정대종 사장을 비롯해 노문경 상무, 이흥국 상무, 석락희 이사 등 ‘케이블 TV 베테랑’이 다수 포진해 있다.
정대종 사장(55)은 자타가 공인하는 케이블TV 1세대 산증인이다. 지난 94년 한강케이블TV를 설립하고, 98년부터 2002년까지 5년간 한강케이블TV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1년에는 방송위원회 TV홈쇼핑 후발 사업자 선정에 90개 업체를 컨소시엄으로 엮어 치열한 경쟁을 뚫고 사업권을 따낸 주역이기도 하다.
우리홈쇼핑에는 2003년 대표이사로 취임해 그해 흑자 전환 원년의 성과를 냈다. 수익성이 저조한 카탈로그 사업, 보석 상품 판매 중단 등 과감한 사업 구조조정으로 업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껏 받았다. 정 사장은 특히 ‘마음에 들 때까지’라는 슬로건으로 ‘고객 만족 최우선’을 경영 철칙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난해 3월 TV사업본부장으로 부임한 노문경 상무(50)는 유통 방송 전략 기획통이다. 유통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노 상무는 TV사업본부장으로 취임하자 방송 편성 전략 TF를 가동해 ‘오색 황토 팩’ ‘미기 인 뉴욕’ 등 여성 패션 히트 상품을 줄줄이 제조했다. 노 상무는 올 들어 EC사업부까지 총괄 운영해 인터넷 쇼핑몰 ‘우리닷컴’의 매출과 영업이익도 극대화할 계획이다.
이흥국 상무(50)는 지난 4월 오티스엘리베이트에서 우리홈쇼핑으로 자리를 옮긴 회계 전문가다.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와 대기업에서 쌓은 실전 재무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홈쇼핑의 내부 조직 역량을 획기적으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세계적인 회계법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영국법인 파견 근무를 비롯해 크고 작은 다국적 기업 컨설팅 경험도 많아 우리홈쇼핑의 해외 사업에도 적지 않은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석락희 이사(48)는 우리홈쇼핑 ‘창업 공신’으로 IT구축본부장, 고객지원본부장, 경영지원본부장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영업관리 시스템, 콜센터 구축은 물론 물류 배송 시스템, 품질 보증 및 관리 시스템, 인사관리 시스템 등을 만든 ‘일꾼’으로 통한다. 최근 우리홈쇼핑의 자랑인 사회 공헌 활동의 마스트플랜도 석 이사가 손수 기획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