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톱박스업계 `클로즈드 마켓` 정조준

 ‘클로즈 마켓을 잡아라.’

 경쟁 심화와 환율 하락으로 영업이익률이 급락한 셋톱박스업계가 고수익의 방송사업자 시장(클로즈 마켓)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고 있다. 특히 유럽 방송사업자들이 독일월드컵을 계기로 고화질(HD), 개인영상저장장치(PVR) 등 새로운 방송서비스를 속속 도입하면서 PVR 일체형 등 프리미엄급 셋톱박스에 대한 대규모 발주가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경쟁 또한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미국 디렉TV, 독일 프레미에르 등 유력 방송사업자 시장을 뚫은 휴맥스는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 이태리 공영방송 Rai 등 주요 지상파 방송사업자에 MPEG4 기반 HD셋톱박스를 월드컵 방송 시험용으로 공급했다. 변대규 휴맥스 사장은 “이들 지상파 방송사업자들은 월드컵 이후 HD방송을 본격화할 예정이어서 시험방송용 제품 공급을 계기로 장비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말했다.

 휴맥스는 또 오는 9월 HD방송을 시작하는 스웨덴 케이블 방송사업자 콤헴에도 HD 셋톱박스를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부터 클로즈마켓 공략을 강화해온 가온미디어도 다음달 스카이라이프에 PVR 내장 셋톱박스를 처음 공급하는 등 올해 매출의 60∼70%를 방송사업자 시장에서 올릴 계획이다.

 홈캐스트, 토필드 등 셋톱박스업체들도 올해 유럽을 중심으로 방송사업자 시장 매출을 30∼5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홈캐스트 관계자는 “지금까지 주력해온 중동, 북아프리카 리테일 마켓이 중국, 대만 등의 저가 제품으로 레드오션으로 변한데다, 환율 하락으로 이익률도 떨어져 프리미엄급 셋톱박스 수요가 많은 방송사업자 시장에 영업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리테일 마켓용 일반 셋톱박스의 경우 마진율이 4%대까지 하락한 반면 방송사업자 공급용 HD와 PVR 일체형 셋톱박스의 경우 마진율이 25∼30%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유럽 방송사업자들의 HD방송 도입에 이어 그동안 모토로라 등 미국 업체들이 독과점해온 미국 케이블방송 시장이 다음달부터 오픈 케이블 방식으로 바뀌고, IPTV시장도 열리는 등 올 하반기 이후 사상 유례없는 클로즈 마켓 수주랠리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방송사업자 시장은 장기간 신뢰성 테스트를 거쳐야 하는 등 난관이 적지않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가온미디어의 한 관계자는 “방송사업자용 셋톱박스는 수신제한시스템(CAS)은 기본이고, PVR이나 HD 등 새로운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어야 경쟁력이 있다”며 “현재 CAS 기반 PVR제품을 개발한 업체가 전세계적으로 6∼7개 정도밖에 안돼 클로즈마켓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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