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의(利己主義)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 선거철이다. 이기주의는 원래 인식론적 개인주의로 독아론에서 출발하며, 어느 한 편의 이익만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이타주의나 공리주의와는 대립되는 개념이다.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자기 목적을 위해서라면 사회적 약속은 물론이고 주위의 사람을 이용해서라도 자기 이익을 달성하려는 주의를 뜻한다.
따라서 자기 이익을 추구해도 사회적 질서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행동하는 개인주의와도 구별된다. 그래서 철저한 이기주의는 종종 도덕적 비난은 물론이고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공공의 적이라고 지탄받기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까지 정보통신부 직제개편을 놓고 벌어진 정통부·산업자원부·방송위원회 간 ‘직제명’ 다툼은 부처 이기주의의 한 단면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 같다.
정통부는 당초 업무효율화를 위한 직제개편에서 정보통신진흥국과 전파방송정책국 일부를 통합, 통신방송정책본부를 만들 계획이었다. 정보통신정책국을 정보통신산업본부로 개편하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방송위는 조직개편 내용중 본부 명칭에 ‘방송’이란 단어를 빼라며 행자위에 올라간 직제개편안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통·방융합이 시대적 조류로 부상한 상황에다 기구개편 얘기까지 나온 상황을 감안하면 이해할 만도 하다.
산자부 역시 직제명에 ‘산업’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부처의 특성상 어느 산업의 관할권이나 영역에 관련될 소지가 있는 직제명이라는 점에서 납득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핵심을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라는 점에서 비판받아 마땅하다. 기존 직제명에서도 ‘방송’과 ‘산업’을 쓰고 있었고, 어떤 업무를 관할하고 있는지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방송’과 ‘산업’이란 단어를 빼고 조직명을 바꾸는 선에서 합의했으나 이미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만 일주일 이상을 허비했다. 개선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기는 했지만 뭔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부처 이기주의란 말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핵심을 벗어난 지엽적인 것을 놓고 부처의 유·불리를 추구한다거나 이를 전초전 쯤으로 여기는 듯하다는 것이다. 해당 부처는 물론 ‘부처 이기주의’라는 말에 펄쩍 뛴다. 이 말이 싫다면 정책을 통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좀 더 당당한 모습으로 국리민복에 나서기 바란다.
◆IT산업부 박승정 차장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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