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트라 프로젝트(Ultra Project)’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첩보조직이 비밀리에 운용하던 암호 해독 프로젝트의 이름이다. 울트라 프로젝트팀의 일원이었던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동성애자였다고 함)은 세계 최초 전자계산기 ‘콜로서스(Colossus)’를 개발, 독일의 무선 암호시스템인 ‘에니그마’를 해독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성공은 콜로서스의 맹활약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다.
원래 콜로서스는 폴란드 정보당국이 운용했던 초기 형태 전자계산기 ‘봄베’에 뿌리를 두고 있다. 폴란드는 ‘봄베’를 활용해 독일군이 에니그마로 작성한 암호 일부를 해독했다. 나중에 폴란드가 독일에 함락되자 앨런 튜링은 ‘봄베’의 기능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콜로서스를 개발, 독일군의 암호시스템을 완벽히 해독했다.
영국 정부는 종전 후 울트라 프로젝트팀을 해체했고 콜로서스 등 모든 증거물도 파기했다. 차후 콜로서스와 암호해독기술을 다시 써먹겠다는 꿍꿍이가 있었다. 영국 정부가 울트라 프로젝트를 극비에 부치면서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의 뇌리에서 사라졌다.
최근 또 하나의 ‘울트라’가 한국 과학계에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김우식 과학기술 부총리가 취임하면서 주요 사업 중 하나로 울트라 프로그램을 제안한 것. 물론 김 부총리가 제안한 울트라 프로그램은 첩보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
과학기술분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에서 왕성하게 활동중인 한인 과학기술자와 국내 과학기술자 간에 교류의 장을 마련하겠다는 게 울트라 프로그램의 기본 취지다. 이 프로그램에는 서남표 MIT 교수와 김정은 미국 길리아드사 화학담당 부사장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주에는 부총리와 서남표 교수 등이 참여하는 울트라 라운드테이블도 열렸다. 이 프로그램이 본궤도에 오르면 과기부는 과학기술 국책사업 평가와 기획까지 맡길 생각이다.
하지만 울트라 프로그램은 아직 미성숙 상태다. 전체적인 로드맵도 제시되지 않았고 배정된 예산도 없다. 기왕에 운영되던 한민족 과학기술자네트워크 ‘코센’ 등과의 관계도 불명확하다. ‘울트라’라는 이름 자체가 급조됐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부총리가 생각하는 울트라 프로그램의 실체가 궁금하다.
◆장길수부장@전자신문, ks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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