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윈도 운용체계(OS)에 메신저와 미디어 플레이어 등 다른 제품을 끼워팔면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결정 이후 소프트웨어(SW) 산업의 경쟁정책에 대한 논란이 다시 벌어지고 있다.
먼저 이번 사건에서 가장 큰 이슈가 됐던 부분은 이 결정이 과연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에 과연 부합되는가 하는 문제다. SW는 물론이고 다양한 기기 및 콘텐츠 융합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기술 발전 추세 속에서 컴퓨터는 이제 단순한 계산이나 워드 프로세싱을 넘어서 통신·네트워크·멀티미디어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하게 됐다. 이에 따라 컴퓨터 OS도 이러한 다양한 기능을 뒷받침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만약 컴퓨터 OS에 그와 같은 기능을 추가하는 것이 위법이라면 컴퓨터의 발전과 진화는 어려워지며, 그 피해는 결국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이는 컴퓨터 OS만이 아니라 SW 전체의 문제이기도 하다. SW에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것은 SW 진화의 필수 요소다. 추가된 기능 가운데 과거 별도 제품으로 존재했던 것도 많다. 이러한 SW의 새로운 기능 추가가 끼워팔기에 해당된다면 SW기업이 개선된 제품을 내놓기란 매우 어렵다. 이번 결정에서 특히 아쉬운 점은 어디까지가 법이 허용하는 기능 추가고, 어디서부터가 끼워팔기에 해당되는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제시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W기업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더 증폭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증가는 향후 SW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컨버전스 시대를 맞아 경쟁당국이 더 신중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특히 SW제품 설계에 정부가 개입하는 데 대해서는 많은 경제학자가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심지어 SW산업에 대해 경쟁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카츠·샤피로 등과 같은 경제학자들도 포함된다.
급격히 변하고 있는 기술발전 속에서 현재 기업들이 갖고 있는 독점력이 장기간 지속된다는 보장도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변화와 같은 패러다임 변화가 속속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기술 변화가 심한 SW산업이라고 해서 경쟁법의 적용을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패러다임이 바뀌고 시장이 융합되는 상황에서 단기적인 시각을 갖고 접근하면 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잘못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또 하나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것은 이번 결정이 과연 소비자 이익을 보호하는 차원인지, 아니면 경쟁사업자를 보호하는 측면에서 이루어진 것인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번 사건이 경쟁사업자들에 의해 제기됐다는 데서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이에 따른 시정조치의 최대 수혜자도 리얼네트웍스 등 일부 경쟁사업자일 것이다.
또 이번 결정은 SW기능 결합에 따른 소비자 편리성을 과소평가했다는 인상을 준다. 메신저와 미디어 플레이어 등은 이미 컴퓨터의 기본적인 부분, 즉 플랫폼적인 기능이고, 그와 같은 기능은 OS와 결합될 때 소비자에게 가장 큰 혜택을 준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초보사용자로서는 메신저와 미디어 플레이어를 다운로드하는 데 드는 비용이 매우 크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었다.
이러한 점에서 SW산업과 관련해서도 경쟁정책의 궁극적인 목표가 소비자 이익추구에 맞추어져야 한다는 사실을 경쟁당국이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jsyoo@sookmy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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