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잠에서 깬 일본 컴퓨팅 시장](하)3년을 버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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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내 소프트웨어(SW) 업체의 일본 시장 진출이 활발하다. 시장 규모만 국내의 10배에 달하고 수익성도 높아 기술력 있는 업체는 너도나도 일본행을 서두르고 있다.

 5년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인터넷 바람을 타고 국내 SW 업체들이 인터넷 기반의 SW를 앞세워 일본 시장에 진출했다. 업계는 2000년대 초 100여개의 국내 SW 업체가 일본에 진출했을 것으로 추산한다. 5∼6년이 지난 지금 현지에서 활동하는 업체는 3∼4곳에 불과하다. 생존율이 5%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2010년 이 같은 일이 다시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전문가들은 2000년 초 일본 시장 진출 실패 원인을 철저히 분석해야만 모처럼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본에서 고객을 확보한 업체들은 한결같이 특유의 철저한 검증 과정을 인내력을 가지고 견뎌야 한다고 조언한다. 일본 특유의 꼼꼼함 때문에 커스터마이징 작업 등을 벌이는 데만 1∼2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실제 계약에서 본격적인 도입 단계까지 보통 2∼3년 걸린다고 보면 된다. 프로젝트 하나로 최소 3년을 버틸 수 있는 인내와 끈기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웹에이전시 업체인 T사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3년 일본 시장에 입성한 이 회사는 진출 초기 이례적으로 고객을 확보하며 관심을 모았으나 시장을 공략하는 데 결국 실패했다. 고객 확보에만 급급하다 제품에 대한 완벽한 보장없이 계약한 것이 문제가 됐다. 고객사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견됐고 이는 곧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해 말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국식 스타일이 일본에서는 통하지 않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철저한 시장 분석 없이 뛰어들다 낭패를 보는 일도 적지 않다. 국내 대표적인 기업용 솔루션 업체인 H사는 지난 2000년대 초 30여명에 이르는 인원으로 지사를 직접 설립했다가 낭패를 봤다. 일본 시장에서 직접 영업을 통해 고객을 확보하려고 했으나 외국인을 배제하는 국수주의 문화에 막혀 이렇다 할 실적을 올리지 못했다.

 이 회사는 결국 지난해 말 대일본 영업 전략을 직접 영업 대신 총판 위주 영업으로 바꿨다. H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 진출을 위한 사전 준비 단계에서 직접 영업을 할 것인지 총판 영업을 할 것인지 정확히 분석하지 않은 게 실패 요인”이라고 말했다.

 제품 완성도도 늘 문제로 지적된다. W사는 최근 일본 진출을 위해 현지 한 총판 업체로부터 제품 품질 테스트를 받았으나, 글로벌 업체의 제품과 호환되지 않아 시장 진출이 좌절됐다. 대덕단지의 벤처기업 N사도 지난 2004년 초 SW 라이선스 계약으로만 20여억원 규모를 성사시켜 언론에 대서특필됐지만 제품상 문제가 발견돼 2년이 지난 지금 제대로 돈도 받지 못하고 그 계약은 휴짓조각으로 변해버렸다.

 일본 중개 전문업체인 인터프로의 최종구 사장은 “이처럼 잘못된 계약을 하는 사례가 의외로 많다”고 밝혔다. 일본 기업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일본 업체에 배상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업체가 모든 손해를 감수하게 돼 있는 계약이 많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본 진출에 실패한 기업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시장 분석이 전무했고, 일정 기간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이 없어 조급하게 사업을 진행했음을 알 수 있다.

 이네트 등의 일본 진출에 관여했던 사타 슈운이치 컴포넌트소스닷컴 아태지역 사장은 “일본 컴퓨팅 시장이 인터넷 환경으로 전환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일본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다시 왔다”며 “1∼2년이라는 단기간 안에 가시적인 결과를 얻으려 하기보다는 3∼4년간 사업을 영속성 있게 이어가겠다는 생각으로 시장 진출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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