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기술이전과 정확한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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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중매회사는 결혼 후보자들을 파악해 그들에 대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DB)로 구축하고, 적절한 대상자를 선정해 만남을 주선하는 중간 ‘매파’ 역할을 한다.

 결혼 상대를 찾기도 어려울 뿐더러 찾았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의 진실성과 정보를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혼 중매회사가 성업중이다. 학교는 제대로 나왔는지, 부모님은 어떤 성품인지 등을 결혼 전에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나마 믿을 수 있는 중매쟁이나 중매기업이 있으면 조금은 안심이 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면 결혼 중매기업의 성공 요인은 무엇일까. 우수한 결혼 대상자 리스트를 확보하고, 양방의 요구에 부합하는 적합한 상대를 찾아주는 것이다.

 기술이전·기술중개도 결혼 중매와 유사하다. 기술을 이전하는 연구소나 중개기관들은 기술이 필요한 민간기업을 찾아 헤매고, 기술을 이전받는 민간기업은 자신이 필요한 기술을 보유한 곳을 찾고 있다.

 기술을 거래할 대상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얼마를 주고 기술을 팔아야 하고 사야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기술을 팔기는 팔았는데 좋은 기술을 헐값에 판 것은 아닌지, 쓸모없는 기술을 사서 괜한 비용만 지급하는 것은 아닌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기술이전 과정에는 결혼 중매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많은 불확실성이 내재해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불확실성을 어떻게 경감할 수 있을까. 기술이전·기술중개 활성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방향은 기술공급자와 기술수요자의 DB를 구축하고, 기술이전 기업과 이전받는 기업 간에 발생하는 정보의 비대칭성 및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것이어야 한다.

 현재 과학기술부·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을 통해 국가 연구개발이 주로 이루어지고 있고, 민간기업 연구소에서도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누가 어디서 어떤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지가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다. 민간기업은 어떤 기술이 필요한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따라서 정부는 공급기술과 수요기술을 파악해 공급과 수요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높여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자가 가진 노하우·경험 등이 기술과 동시에 이전되는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 특허와 기술문헌이 전달된다고 하더라도 이전받은 기업이 즉시 기술을 활용할 수 없고 기술의 장단점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허나 기술문헌에 포함되지 않는 기술개발 과정에서 얻은 세부적인 현장의 경험·노하우 등이 같이 이전되지 않으면 기업은 제품화 기술을 개발할 수 없다.

 정보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기술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을 얼마를 주고 사야 하고 팔아야 하는지, 이 기술의 사용 용도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기술을 주고받는 과정 중에 제공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술가치 산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기술중개에 관한 시장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기관이 육성돼야 한다. 단순 알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실제로 기술이전은 알선이 이루어진 후 서로 합의에 이르고 계약을 하는 지루하고 복잡한 협상과정이 요구된다. 이 협상과정에는 거래 당사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자료와 근거가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미국 등 선진국은 시장의 신뢰를 확보한 전문기관들이 오랜 업력과 전문성을 가지고 협상과정에 개입하고 있다. 선진기관이 보유한 전문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가 우리나라 기술이전·중개시장 활성화의 핵심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연구자들은 내가 개발한 기술이 아니면 안 된다는 ‘NIH(Not Invented Here) 증후군’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남의 기술이건 내 기술이건 간에 필요한 기술은 활용하려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 내것만을 고집하다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경우가 발생, 시장개척 기회를 놓쳐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식 정보통신연구진흥원 기술사업화지원센터장leess@iita.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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