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호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교수 오늘날 선진 산업국들은 환경과 기술 변천에 따라 다양한 성장산업과 사양산업의 부침을 소화하면서 발전해왔으며, 현재도 그러한 변화에 잘 대처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규모가 작은 나라일수록 국가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현재의 효자산업에 대해 미래 지속 가능성과 산업 기여도 등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처해야 한다. 또 새로운 효자산업을 적기에 육성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정부는 우리나라가 선도하고 있는 IT산업의 장점과, 우수한 인력이 다수 포진하고 있는 의료계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는 동시에 고령화 산업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처방으로 의료산업 육성을 강하게 표방하고 있다.
그 예로 정부유관 부처는 물론이고 대통령 산하 의료산업 선진화 위원회가 종합적인 의료산업육성 대책을 활발히 검토하고 있으며, 동시에 각 지자체도 의료산업에 참여하기 위해 다양한 구상을 해나가고 있다. 의료산업은 우수한 의료진이 국내외 환자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산업 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건강기록 관리와 원격진료에 관한 의료정보산업, 의약품, 의료기기 및 의료소모품을 망라하는 매우 넓은 범위의 산업이다.
앞으로 병원산업을 고도화해 중국이나 동남아 혹은 북미 환자를 대거 우리나라로 유치하는 계획도 유망하다. 의약품 산업도 여러 가지 난관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발전이 예상된다. 의료정보산업, 의료기기·의료소모품 산업은 IT산업 및 국내 소재산업과 연계되어 있다. 병원 산업의 발달은 국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 지원 업체 및 전자의무기록(EMR) 업체의 성장을 촉진하는 동시에 의료소모품과 의료기기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또 앞으로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통신망 인프라를 활용해 국민 의료 진료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전자건강기록(EHR) 시스템을 선진국보다 앞서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의료기기 산업만큼 시급한 육성이 요청되는 분야도 드물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우수한 의료진과 의료시설 그리고 OECD 국가로서 11번째 경제력을 가진 국가위상과는 너무나 다르게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점유하는 비율은 지난 2004년 말 현재 불과 1.7%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 2003년 우리나라 의료기분야 수출액은 약 2억7000만달러였으나, 수입한 의료기는 이보다 1억6000만달러가 많은 4억3000만달러에 달했다. 매년 7%대 성장에 머물고 있는 수출에 비해 수입액은 15%씩 불어나는 상황이다.
산업자원부에서는 2015년까지 우리나라가 5.7%의 시장을 차지하고 31억달러 규모의 총생산 규모를 갖출 수 있도록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실효성 있는 국가 의료기 산업 추진계획이 조기에 마련돼야 할 것이다. 이 계획에는 실버 의료기기, 원격 의료기 산업 육성책을 비롯해 원주의료기기 단지와 같은 산업단지 확충, 대학 의료기기 관련 교육 프로그램 정비, 국내 의료기 업체의 경쟁력 향상 지원책이 기본적으로 포함돼야 할 것이다.
또 의료산업은 다양한 분야의 학문과 산업이 연계돼야 하는 융합산업이므로, 진료에 종사하는 의료진과 산업 기술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중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마침 올 8월에는 세계 의료기기 기술의 발전상을 살펴볼 수 있으며,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열리는 대형 국제학술회인 ‘세계 의학물리학회 및 세계 의공학회 공동 학술대회(WC2006)’가 서울에서 열린다. 이러한 행사를 계기로 우리나라 의료기기 산업과 기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이제 의료산업은 우리나라가 블루오션으로 가기 위해 선택한 중요 아이템이다.
이러한 융합산업이 우리나라에서 꽃피어 열매를 맺게 될 때 단순히 한 분야의 산업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이상의 값진 자긍심이 국민 마음 속에 자리잡게 될 것이다.
◆조진호 경북대 전자전기컴퓨터학부 교수 jhcho@mail.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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