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생체인식과 정통부의 역할

김용석

 16일 연세대에서 열린 ‘BERC(Biometrics Engineering Research Center) 바이오메트릭스 워크숍’은 생체인식 산업에 대한 관심도가 얼마나 낮아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일년에 한두 차례에 불과한 이 분야 기술워크숍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50여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썰렁한 집안 잔치였다.

 하지만 나라 밖 사정은 사뭇 다른 것 같다. 미국이 비자면제국에 생체인식 여권을 도입하기로 했다. 유럽과 일본도 이 같은 추세를 따르고 있다.

 민간 부문은 이보다 한 걸음 앞서 있다. 산업이 태동하고 있다. 얼굴 사진만으로 본인임을 확인하기 어려운 데다 직접 대면하지 않고도 본인 인증을 정확히 해야 하는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체인식은 이미 가장 유력한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추세에 못 이겨 우리 정부도 도입을 추진하고는 있다. 생체인식정보종합인프라 구축계획안을 부처 간 합의로 만들어 냈다. 하지만 이곳에 산업은 없다. 권한과 책임이 빚어낸 타협의 산물이 있을 뿐이다. 계획안에는 외교부·법무부·해양수산부 등 각 부처가 여권·출입국카드·선원카드 등 각 사업을 별도 추진키로 돼 있다. 정통부는 산하기관에 바이오인식정보시험센터(K-NBTC·가칭)를 만들어 간접적으로 지원한다는 정도로 역할을 나눴다.

 이 구도에서 국내 기술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을 외면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외교부 등은 산업을 육성할 전문성도, 그럴 의무도 없기 때문이다. 핵심기술을 갖지 못한다면 국가안보에도 영향이 없지 않은 데도 말이다. 산업부처인 정통부는 오히려 생체인식 정보보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보호수단을 내놓았다. 나아가 이를 법으로 제정, 못 박을 태세다.

 물론 정보보호는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육성 없이 보호만 먼저 내세우는 것은 정통부의 역할이 아니다. KT 같은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힌 초고속인터넷 등 통신산업에선 육성과 보호의 균형을 중시하는 정통부다. 그런 정통부가 생체인식에서만은 정보보호에만 적극 나서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생체인식 인프라 도입 과정에서 정통부의 역할을 다시 정해야 한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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