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게임 인식 제고 원년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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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게임업계 주요 CEO는 문화관광부 장관을 모시고 정책 간담회를 가진 바 있다. 장관 취임 이후 게임 업체를 직접 방문해 가진 첫 행사였고, 새해 들어 문화산업 현장 중 게임업계를 가장 먼저 찾은 것도 뜻깊은 일이라 예정된 시간을 훌쩍 뛰어넘는 열띤 토론이 오갔다. 이제 막 문화산업으로서 게임의 가능성에 주목하기 시작한 주무 부처의 장관에게 하고 싶은 얘기야 많지만 화두는 단연 ‘게임에 대한 인식’ 문제였다.

 참석자 중 어느 젊은 CEO가 꺼냈던 “자긍심을 가지고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는 얘기는 우리 게임업계 종사자들의 마음 속 한 편에 쌓여 있는 응어리를 풀어낸 솔직한 심경고백이었다. 산업에 대한 분류로 얘기하자면 영화나 방송·음반산업과 마찬가지로 문화에 종사하는 셈이겠지만, 실상 게임을 만드는 사람들은 스스로 ‘문화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는 사실을 피부로 실감하기 어렵다.

 “게임으로 밥이나 벌어 먹을 수 있으면 더는 바랄 게 없다”는 바람 하나로 똘똘 뭉쳐 산업과 문화를 어렵게 일궈냈다는 자존심은 업계에서나 통하는 얘기지, 업계를 조금만 벗어나도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과 게임을 소재로 하는 사회적 담론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것이 현실이다. 지난 몇 년간 게임 산업의 드라마틱한 성장이 산업적 측면에서 게임에 대한 재평가를 이끌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사회적 평가에는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자괴감마저 들 정도다.

 게임산업은 단순히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유통시키는 제조업이 아니다. 다른 문화산업 분야, 이를테면 영화나 방송·음반산업과 마찬가지로 기업이 만들어낸 제품이 제대로 향유돼야 할 환경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게임은 문화산업이다. 어느 문화산업이든 간에 ‘제품과 호흡할 수 있는 문화의 존재’는 숨 쉴 수 있는 공기와 같은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간담회의 공감을 끌어냈던 그 젊은 CEO의 얘기는 푸념으로만 그쳐서는 안 될 당면 과제이기도 할 것이다.

 문화부와 업계는 이 간담회를 통해 2006년을 ‘게임산업의 국민적 인식 제고의 원년’으로 삼고 게임이 문화산업, 나아가 건전한 여가문화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정부는 법과 제도 개선 등 건전 게임문화 환경 조성에 나서고 업계의 자율규제 노력에 최대한 협조할 뜻을 밝혔다. 업계도 작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대국민 인식제고 사업’과 ‘사회공헌 사업’에 한층 더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늦은 감은 있지만 게임산업의 발전을 위해 정부와 업계가 앞으로 노력해야 할 최선의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정부는 과거, 인식과 문화의 부재로 성장을 제한받고 있던 여러 산업 분야를 발전시켜 본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 영화·방송·음반산업 등 현장의 경험을 통해 문화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어떤 환경이 필요하고 그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 게임 업계도 이제 외양적 성장 논리가 지배하던 초기 단계를 지나, 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산업 환경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있다. 규모와 플랫폼을 막론하고 게임 기업들은 사회공헌과 게임문화 사업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2006년은 이러한 정부의 관심과 업계의 노력이 한데 어우러져 거대한 물결을 이루기 시작한 해로 기억되기를 기대한다.

◆김영만 게임산업협회장·한빛소프트 대표 ymkim@hanbit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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