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1월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중국을 방문했다. 김 위원장은 개혁개방을 촉진하기 위한 덩샤오핑의 대표적 행보로 꼽히는 ‘남순강화’를 연상시키는 중국의 경제특구를 방문하는 등 8박9일의 방중 일정을 진행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첫째,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 회담이 교착된 상태에서 미국이 달러 위폐 문제 등을 제기하면서 압박해오고 있는 것에 대한 북한·중국의 공동대응을 협의하는 정치적 목적이다. 둘째, 북한이 최악의 경제위기에서 벗어난 가운데 향후 경제발전전략의 추진 과정에서 중국과의 경제협력 강화라는 경제적 목적이다. 좀더 세부적으로 보면 북한 경제특구의 확대 개발 문제, 농업 분야의 협력,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투자, 자원의 공동개발 등 여러 가지 협력 사안이 있다. 그중에서도 IT산업의 북·중 간 협력과 발전전략이 주목되는 사안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 일정 가운데 1월 14일 선전 남산구 과기원본부와 첨단 IT업체들을 방문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은 2000년 방중 때도 중국 최대 PC업체인 롄샹그룹을 방문한 바 있고, 그후 2004년 중국과 합작으로 평양에 펜티엄급 컴퓨터 공장을 세웠던 점을 감안하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북한은 경제발전의 핵심적인 전략으로 소위 ‘아일랜드 모델’을 자주 언급해 왔다. 즉 낙후된 농업국가였던 아일랜드가 IT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해 선진 경제강국으로 도약한 사례를 북한에 도입해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는 전력난, 하드웨어의 기본적인 부족, 통신인프라 취약 등으로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내 왔다. 북한은 이 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중국과 합작으로 컴퓨터공장을 세우기도 했으며, 전력난 문제는 많은 한계가 있지만 2004년 이후 점차 부분적으로 개선해 가고 있다.
통신인프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지난 2002년 남북통신 협상을 통해 이동통신망 구축 및 국제전화관문국 개선사업을 합의했으나 남측의 약속 불이행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후 북한은 이동통신망과 관련해 지난 2003년 태국의 록슬리사와 합의, GSM 방식으로 망을 구축하고 서비스를 해왔다. 그러다 지난 2004년 4월 용천 폭발사고시 휴대폰을 이용한 테러 시도 혐의 때문에 대부분의 휴대폰을 수거한 바 있다. 또 지난해 말 이후 IT산업 발전 전략의 추진 필요성 때문에 통신인프라 구축과 관련, 구체적인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제4차 6자 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와 관련, 1차적으로 성공적인 봉합을 해놓았다고 평가하고 본격적인 경제발전전략을 추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일본의 경제봉쇄와 남북 경협사업의 더딘 진행이라는 조건에서 중국과의 협력을 핵심축으로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과 중국은 지난 2005년 3월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의 베이징 방문시 ‘대북 투자 촉진 및 보호 협정’을 체결한 바 있다. 또 2005년 10월 28일 중국 후진타오 주석이 방북했을 때 북한과 중국 간에 ‘경제·기술 협력에 관한 협정’을 맺은 바 있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에서는 정부와 민간기업 두 가지 차원에서 북한에 대한 다양한 투자를 진행시키고 있다.
IT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IT산업의 발전과 관련해 핵심적인 조건인 통신인프라 구축에 대해서도 중국의 중싱통신 등과 협상을 진행중이라는 정보도 있다. 이뿐만 아니라 IT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협력사업을 추진중이라고 한다. 이는 통일 이후 남북 정보통신산업의 발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사태라고 판단되는만큼 우리의 능동적·적극적인 대응이 요구된다. 무엇보다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할 일과 민간기업 차원에서 해야 할 일 그리고 상호 협력해야 할 일 등을 구체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구해우 미래재단 상임이사 haewook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