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투자가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중기청 집계에 의하면 88개 창투사가 지난해 벤처에 투자한 금액은 6651억원으로 전년보다 18% 증가했다. 벤처 붐이 한창이던 지난 2000년 이후 5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한 것이다. 더욱이 올해는 이보다 35% 더 많은 9000억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정보통신 분야 투자 증가세는 46%로 전체 증가율을 크게 앞지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벤처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벤처에 대한 신뢰가 확실히 회복됐다는 증거다. 벤처는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거품 붕괴 이후 불신의 대상으로 간주돼 왔다. 내수침체까지 겹치면서 퇴출이나 분식회계가 잇따랐다. 코스닥 700선을 오락가락하는 지금은 이웃 일본의 벤처스타 호리에의 라이브도어 분식스캔들에도 끄떡없을 정도다.
벤처 투자 확대는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믿음에도 더욱 무게를 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벤처 활성화는 일자리 창출로 이어져 서민의 얼어붙은 체감경기를 따뜻하게 만들어 줄 가능성이 높다. 벤처투자 증가는 무엇보다도 당면 최대 현안인 양극화 해소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내수 주도형 벤처의 약진은 그동안 벌어져온 수출주도형 대기업과의 격차를 상당부분 좁힐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장밋빛 환상에만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여전히 우리나라는 벤처를 둘러싼 환경이 열악하기 그지없다. 그동안 수많은 벤처가 기업공개(IPO)에 성공했지만 안정적 성장기반을 마련한 예는 열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발판이라 할 수 있는 투명성과 탈출구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일부 벤처 대표주자가 분식회계라는 불명예를 안고 업계를 떠났다. 지금도 고만고만한 벤처들이 좁은 시장을 두고 제살 갉아먹기에 연연하고 있다. 시장 지배력 강화나 시너지창출을 위한 동종업계 간 또는 이종업계 간 발전적 인수합병(M&A)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장 벤처사의 CEO들 중 많은 이는 “분식회계의 유혹에 빠지는 것은 지속가능한 성장도, M&A를 통한 탈출도 여의치 않는 게 큰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이들은 “팔 수만 있다면 가능한 한 팔고 싶지만 시장의 싸늘한 반응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고 털어놓는다.
벤처의 성장과 발전에는 M&A가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요소다. 벤처기업 간 M&A도 어렵지만 대기업들이 벤처를 인수하기는 사회의 부정적 시각과 출자제한 규제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창업과 IPO 진입에만 편중돼 있는 벤처지원제도도 보완돼야 한다. 정부는 그동안 벤처활성화를 명목으로 IPO 진입과 투자자금 회수의 길을 넓혀 왔지만 상장사들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환경조성에는 무관심했다. 투자자금 회수의 편리화는 회전율을 높여 투자확대에는 도움을 주겠지만 오히려 단기투자를 유도한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정부가 조성하는 펀드나 기금도 단기회수에 주력하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미국이나 유럽, 심지어 대만에서처럼 투자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바탕으로 벤처에 장기간 투자해 안정적 성장궤도에 진입시키는 투자 및 회수전략은 전무한 실정이다.
부실상장사를 인수해 우회등록하는 사례가 지난해 72건이나 될 정도로 부쩍 늘었으며 올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한다. 비록 최선의 바람직한 M&A는 아닐지라도 모처럼 분위기는 활성화되는 듯하다. 금감원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우려해 감시와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나섰다. 바람직한 일이다. 그러나 그에 못지않게 정상적인 M&A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모처럼 불고 있는 M&A 바람을 막기보다는 건전화로 유도해 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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