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치솟는 금값에 부품소재 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금이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도금 업체는 직격탄을 맞았으며 금이 많이 들어가는 인쇄회로기판(PCB)이나 커넥터 업체들도 원가 상승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반면 구매자인 세트업체는 부품 구매 시 금값 인상반영에 인색해 부품·소재업계에 이중고를 주고 있다. 당분간 금값 인상은 계속될 전망으로 금을 대체할 금속이 마땅치 않아 부품소재 업계의 주름살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 6개월 새 33% 급등= 금의 국제 거래 가격은 최근 급등했다. 런던 귀금속 시장 가격 기준으로 작년 7월 온스 당 420달러 정도에 거래되던 금은 12월 초 500달러를 넘어선 이후 최근에는 560달러를 돌파했다. 6개월 만에 37%나 오른 셈이다. 지난 80년 오일쇼크 이후 25년 만에 최고 가격이다. 금값 급등은 부품소재 업계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는 도금 업계. 도금 원가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상반기까지 60%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70%를 넘어 80%에 육박하고 있다. 금값 상승부담은 그대로 부품 업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전도성이 중요한 PCB나 커넥터 업체는 금 도금 가격 인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
PCB산업협회 임병남 사무국장은 “고부가가치 제품일수록 원가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최근 금 가격 인상은 약 3% 정도의 PCB 제조 원가 인상 요인이 됐다”며 “고유가와 널뛰기 환율, 구리 가격 급등에 이어 금값 인상이 새로운 암초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반도체 패키징의 핵심 소재인 본딩와이어 업계도 금값 인상에 따른 피해를 보고 있다. 본딩와이어는 금이 제조 원가의 90%를 차지하기 때문에 금값 인상이 곧바로 판가에 반영되지만 최근 연이은 가격 인상으로 고객이 판가 인하를 요구하고 나섰다. 또 고객들이 가격 인상에 따른 재고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주를 줄이면서 매출감소의 여파도 일어나고 있다.
◇부품·소재업계 경영난 ‘도미노’= 금값 인상으로 부품소재 업계가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최종 구매처인 세트업계가 판가를 올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세트업계가 금값 인상분을 반영하지 않는 것은 부품업체의 원가 부담으로, 부품업체의 원가 부담은 다시 도금 등 소재업체로 이어져 ‘경영난 도미노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배명직 기양금속 사장은 “도금 업계는 이미 30% 이상 원가 인상 요인이 나왔는데 전자 업체는 이를 반영해주고 있지 않다”며 “주변의 몇몇 업체는 금값 인상을 견뎌내지 못해 도산한 상황”이라고 고충을 밝혔다.
더욱이 아직 금의 높은 전도성을 대체할 금속이 없는 상황에서 금 가격 인상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를 이루고 있어 부품·소재업체의 불안감은 계속 확대되고 있다.
장동준·한세희기자@전자신문, djjang·ha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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