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효과의 영향인지 병술년 새해 증권시장이 비교적 순조로운 출발을 보이고 있다. 개장 첫날에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코스닥도 이틀째 강세다. 코스피지수 1400 돌파 가능성을 예측하는 증권사의 전망치를 빌리지 않더라도 신년 증시는 비관론보다는 낙관론이 시장을 압도한다. 하지만 아무리 낙관론이 우세하더라도 증시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투자자들의 심리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처럼 조심스럽다. 어느 순간 악재가 돌출해 주가를 떨어뜨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
기업공시제도는 투자자들의 이 같은 불안심리를 어느 정도 해소해 주는 안전판이다. 기업경영에 관한 소식을 투자자들에게 정확히 그리고 신속히 제공함으로써 시장의 풍문을 잠재우고 투자 심리를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금융 당국이 내린 ‘올빼미 공시’ 금지조치는 증시를 건전화하는 데 기여할 전망이다. 당국이 새해부터 토요일이나 평일 오후 6시 이후 공시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캐나다·일본 등 선진 증권거래소들은 토요일이나 평일 오후 공시를 금지해 왔는데, 우리는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올빼미 공시’는 흔히 악재성 경영정보를 공시하는 통로로 악용돼 왔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현재 전체 공시건수의 8.2%가 주말 또는 야간공시였으며 악재성 공시가 호재성 공시보다 5배 가량 많았다. IT기업이 많이 포진돼 있다는 코스닥도 얼추 사정은 비슷하다. 공시건수의 21.3%가 오후 5시 이후 이뤄졌으며 오후 7시 이후 공시건수도 5%를 넘었다.
야간 공시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대주주 지분 매각 및 회사 자금 악화, 피횡령설 등 경영상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이 많았다. 최대주주 및 주요 주주 변경, 최대주주와의 거래 등도 야간 공시의 단골메뉴다. 물론 야간 공시가 전부 악재는 아니지만 호재보다는 훨씬 많은 게 사실이다.
올빼미는 유라시아 온대 지역에 폭넓게 존재하는 텃새다. 우리 증시에서 올빼미라는 텃새가 사라지고 대신 건전한 투자 문화가 깃들기를 기대해 본다.
경제과학부·장길수부장
ks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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