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지원하기 위해서 활용하고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국내외에서 개최되는 전시회에 참가해 상품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조성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시장개척단을 조직해 협력 파트너를 만나 각각의 제품을 설명하고 판매하는 등 방안을 모색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 지난해에는 230여회 실시됐고 올해도 280여회 예정돼 있다.
나는 지난달 경기지역 IT업체 대표 20여명으로 편성된 해외시장개척단(통상촉진단)을 인솔해 미국과 중남미 지역을 다녀왔다. 귀국 후 한 달 남짓 됐는데 일행 가운데 두 회사가 52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했다. 최근 결산회의 결과 연말까지 1000만달러 정도의 수출계약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0년대 초에 시장개척단의 일원으로 참여해 본 이래 지금까지 관찰해온 바에 따르면 시장개척단의 해외활동 결과가 계약으로 바로 이어지는 일은 극히 드물다. 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돼 온 공적 기관의 해외시장개척단 파견사업은 해외 현지에서의 일회성 바이어 상담과 현지 사정의 이해에 중점을 두고 진행돼 참가업체들이 바로 수출계약 단계에 들어가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해외활동 후 이를 널리 알려서 앞으로 해외시장개척단을 조직하고 운영할 관계자들은 물론이고 참여기업들이 참고할 수 있게 시장개척단 파견을 위한 혁신적인 준비과정과 해외활동의 특징을 분석, 제시하고자 한다.
핵심은 한마디로 변화된 시대에 맞지 않는 형식적이고 비능률적인 부문을 과감하게 제거하고, 돈이 될 만한 부분에 시간과 예산을 투자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째,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 6개월 정도 여유를 가지고 해외시장개척단에 참여할 주도업종과 방문대상 국가를 정한 후 국내 참여 희망기업을 모집, 기업별 생산품목의 목록을 출발 3개월 전에 방문대상국에 보내 현지의 관심도를 점검한 후 참여기업을 확정했다. 확정된 참여기업과 방문대상국의 현지 관심기업 간에 2∼3개월간 충분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했다. 그리고 출발 전에 시간대별 현지 상담스케줄을 수립해 현지에서 준비된 상담을 실시함으로써 계약에 준하는 결과를 거둘 수 있었다.
둘째, 시장개척단의 해외활동 지원업무를 국내 민간 전문기업에 의뢰해 방문국의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함으로써 방문국 내 IT업종에 관심있는 주류세력과 교류할 수 있었고 실속있는 상담을 할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대부분 해외활동 지원을 코트라(KOTRA) 해외지사에 의존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코트라도 국내로부터 밀려오는 시장개척단 지원업무의 폭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이제는 민간 전문기업과 코트라가 적절히 상황에 따라 나누어서 시장개척단의 해외지원 업무를 수행할 때가 됐다고 본다.
셋째, 시장개척단원으로 방문하는 기업별 소개자료는 기존의 별도 팸플릿 형식보다는 인지도가 확보된 비즈니스코리아 등 해외 발간지에 게재해 홍보함으로써 현지인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소개 영문과 인쇄 그리고 디자인의 질적인 면에서 국제 수준을 능가한다는 차원에서도 시장개척단과 개별 참여기업의 품위를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넷째, 우리 측에서는 중기청이 우리 기업들의 현지활동을 지원하고, 방문국에서는 각 무역 및 투자관련 공공기관들이 현지 상담기업들을 후원하면서 양국 기업인들이 보는 앞에서 국가 간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통해 당사자들 사이에 신뢰를 쌓음으로써 앞으로 무역과 산업 교류가 활발하게 진행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관련, 통상촉진단 파견 성과를 높이기 위해 기존의 일회성 형식의 시장개척단 성격에서 탈피해 방문지역을 계속 방문·교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위에서 제시한 몇 가지 사항이 해외시장개척단의 파견 준비과정이나 실제 해외활동에 새로운 모델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
◆이일규 경기지방중기청장 ikelee@smb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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