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정
선이 최근 발표한 차세대 서버를 둘러싼 한국썬의 ‘아전인수 격 마케팅’이 구설에 오르고 있다. 본사에서는 웹 서비스 시장을 겨냥한 제품이라고 강조하지만 정작 한국썬은 이 제품을 금융권을 위한 최적의 제품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객사는 물론이고 경쟁 업체에서도 선의 차세대 제품 성능과 기능을 헷갈려 하는 등 적지 않은 혼선을 빚고 있다.
문제의 서버는 ‘나이아가라’라는 코드명으로 불렸던 CPU ‘울트라스팍 T1’을 장착한 선의 신제품. 이 제품에 대해 선 본사는 “네트워크 환경에서 여러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웹 서비스를 위한 시스템 ”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15일 공식 발표한 자료에도 “신형 서버는 선의 최신 아키텍처 기술을 적용해 인터넷 기반 업체에 최적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돼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썬에서는 이 제품을 주 타깃 시장인 인터넷이 아닌 금융 쪽에 맞춰 금융권 기간 업무를 위한 백엔드 시스템용이라며 프로모션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술 더 떠 다른 경쟁사 시스템과 비교해 경쟁 제품이 선의 신형 서버를 따라올 수 없다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협력 업체가 줄을 서고 있다는 친절한 설명도 잊지 않고 있다.
당연히 경쟁 업체들은 어리둥절해 한다. 일부에서는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고객을 얄팍한 상술로 속여 우롱하고 있다”며 한국썬의 과잉 영업을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정작 한국썬은 “차세대 서버를 백엔드용으로 쓸 수 있는지 여부는 옛날 기준”이라며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다”는 애매모호한 주장을 펴고 있다.
그동안 HP·IBM 등 경쟁사에 끼여 추락했던 점유율을 생각하면 한국썬이 차세대 시스템에 큰 기대를 갖는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본사와 한국 지사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문제다. 경쟁사는 둘째 치고 고객이 혼란을 겪기 때문이다.
선은 이미 하이엔드 서버용으로 별도 CPU를 개발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선의 신형 서버가 백엔드 시스템이 아니라는 것은 명확하다. 의욕을 앞세운 아전인수 격의 어설픈 마케팅보다 제품의 명확한 특성을 알고 시장의 정곡을 찌르는 마케팅이 아쉬울 따름이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