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희
“10분의 1 이하 가격에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곳도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사업을 계속 할 수 있겠습니까.”
최근 만난 한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업체 사장은 기자에게 ‘저가 수주’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정당한 가격으로 경쟁을 해도 업계가 활성화될까 말까 한데, 지나치게 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사례가 늘면서 사업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한탄했다.
최근 잇따른 대형 통신 및 유통업체의 BPM 프로젝트를 놓고 관련업계에서 뒷말이 많다.
해당 프로젝트 수주 업체는 일감 확보 사실을 외부에 알리는 데 열을 올리고 있지만, 관련업계는 지나치게 저렴한 가격에 프로젝트를 땄다며 비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BPM 시장이 제대로 자리잡지도 못했는데 이 같은 ‘가격 후려치기’는 결국 시장을 죽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업계의 한 사장은 “저가 수주로는 결국 경쟁에서 살아 남는다 해도 수익성을 보존하기 어려워 생존을 위협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PM 업체들이 초저가에라도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대다수 BPM 프로젝트는 전사적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다. 대부분 일부 부서를 대상으로 한 시범 프로젝트다. 시범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전사 프로젝트로 확대될 때 수주가 훨씬 유리해 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범 프로젝트라도 일단 따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물론 저가에 프로젝트를 따낸 업체들도 할 말은 많다. 초기 시장인만큼 경쟁업체보다 빨리 준거(레퍼런스)사이트를 확보하기 위한 정당한 영업활동이라는 것이다. BPM이 어떤 것이고, 투자대비효과(ROI)를 얼마만큼 볼 수 있는지 알리기 위한 선조치 성격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대부분의 애플리케이션이 그러하듯, 초기에는 저가에 공급하고 이 벤치마킹 사이트를 통해 제 값을 받으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틀린 말도 아니다. 하지만 저가 경쟁이 점입가경으로 흐르는 것은 분명 문제다. 지금 이쯤에서 업계가 저가 경쟁의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면 국내 BPM 시장은 ‘기형’ 성장에 그치고 말 것이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