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온라인게임의 패치 심의와 관련, ‘고발’이라는 배수진까지 치며 초강수를 들고 나온 배경에는 더 밀려서는 명분도 실리도 다 잃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특히 지난 국정감사 때 패치 문제가 집중 부각되면서 이 문제를 연내 해결하지 못하면 영등위와 문화관광부가 업계 논리에 끌려다닌다는 정치권의 지적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그대로 시인하는 상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하지만 게임 업계도 그대로 수용할 수 없는 상황과 논리가 있다.
◇현재의 등급을 보장해라=영등위의 패치 심의에 대한 온라인게임 업계의 주장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은 패치 심의로 현재의 온라인게임 등급이 불리하게 바뀔 수 있는 부분에 대한 보안책을 요구하고 있다. 예컨대 누적 패치분에 대한 일괄적인 사면이나 패치 심의에 따른 등급 변화시 제3의 조정기구가 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사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또 패치 심의 제도 자체의 간소화도 요구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재 서비스중인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캐주얼게임이 300여종에 달하고 이들의 부정기·정기적 패치가 모두 심의 대상이라면 그 처리 기간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심의 방법과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일부에서는 현행 음반 및 비디오·게임물에 관한 법률(음비게법)에 패치 심의에 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주장도 내세우고 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영등위 운영 및 심의 규칙에 재심의 부분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모법인 음비게법상에 패치 심의는 물론이고 그 심의권을 영등위에 위임한다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영등위 “업계 눈앞의 이익만 고집”=영등위는 온라인 업계의 이 같은 주장은 적법하지 않다는 방침이다.
영등위는 자체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상당수 게임이 2∼3년 전 받은 전체·15세 이용가 등급에 합당하지 않을 정도의 등급 상향 요인이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등급 조정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영등위 관계자는 “법정 심의기구를 무시하면서 패치 심의를 받지 않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해명될 수 없는 일”이라며 “등급 변화로 인해 눈앞의 이익이 줄어들 것에 급급해 하는 모습으로밖에 설명이 안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수용, 영등위는 합리적인 조정=어느 쪽도 지금 상태로 버텨서는 얻을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우선 업계는 적체된 패치를 문제 삼기 이전에 법 절차에 따라 심의를 수용해야 한다는 것. 영등위도 패치 심의 이후 결정되는 등급 변화에 대해서는 공개적이고 합리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둬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해당 업체에 충분한 소명 기회가 주어지고, 그 소명이 합당하다면 등급 재조정도 가능하다는 열린 생각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선 배경 추가, 신규 NPC(플레이하지 않는 보조캐릭터) 도입 등 순수 게임성 제고 목적의 패치는 앞으로 신청 단계에서 등급 유지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일종의 ‘배심원제’를 운용하는 방안도 내놓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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