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이재영 중소기업기술혁신협회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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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8년 5월 SKM 한가족연수교육 모습으로 앞중 오른쪽이 필자.

(2)SKM 도약위해 동산유지 인수 참여

 필자는 지난 97년 통신부품 및 기기업체인 SK텔레시스를 설립해 IT에 뛰어들었지만 SKM이 사업다각화를 하는 초기에만 해도 IT와는 전혀 무관한 분야에서 시작했다.

 SKM은 1989년부터 사업다각화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SKM의 유통 관련 사업으로 은행 관리 중에 있던 동산유지 인수를 검토하게 되었다. 당시 ‘동산유지’는 비누사업으로만 400억의 매출을 올리던 기업이었다. 주력 제품은 화장비누와 세탁비누로써 전국에 유통망을 갖춘 업체였다.

 전국적인 유통망과 제조를 분리시키고, 비누 및 세탁 세제뿐만이 아닌 생활용품 전반에 관련된 사업으로의 확장을 고려한다면 SKM도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필자는 적극적 의지를 보여 인수팀장을 맡게 되었고, 은행 관리단 대신 인수팀이 동산유지에 출근하여 회사의 상태점검을 시작했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오랜 은행관리에 따른 생산시설의 노후화, 고령의 직원구성, 무사안일의 업무처리, 생산성에 비해 비대해진 인력구조 등을 전면 수정해야만 했다.

 업무가 다급하게 돌아가던 상황에, 설상가상으로 세탁비누를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이 상공부와 언론에 ‘중소고유업종에 대기업이 참여하여 중소업체의 생계를 위협한다’라는 호소문을 개재하고 진정서를 제출했다. 대기업에서만 근무하던 필자에게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는 단어는 너무나 생소했다.

 ‘세탁비누가 중소기업 고유업종이라니?’ 갑자기 앞이 노래지는 것을 느꼈다. 동산 매출의 반 이상이 세탁비누였다. 세탁비누를 생산하지 못한다면 동산의 정상화에 막대한 차질이 생기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었다.

 우선 상공부와 세탁비누 생산의 당위성에 대한 논의가 급선무였다. 곧바로 상공부의 중소기업담당 사무국장과 협상을 시작했다. 동산이 세탁비누를 생산하지 않을 경우의 품귀현상과 가격상승으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 책임을 화두로 입장을 피력했다. 동산은 향후 생활용품 전반에 관련된 사업으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여 의견을 제시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상공부에서 법정기간 동안만 한정 생산하는 것으로 승인을 얻었다. 반면 기존 중소업체에 대한 책임이 마음 한 쪽에 무겁게 자리 잡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기존 중소업체와 윈윈(win-win)할 수 있을까?’

 필자는 처음 생각했던 유통망과 제조의 분류 첫 단계로 각 지역별 세탁비누 생산업체에 임가공 생산계약을 단계별로 체결해 나가기 시작했고 다행히 이것으로 중소기업 고유업종에 대한 논쟁은 일단락되었다.

 미래의 비전을 고려한 사업계획에 따라 조직의 슬림화와 영업시스템의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회사명도 환경 친화적인 이미지를 내포한 ‘동산 C&G’로 바꿨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서 영업부분에 대한 정비가 최우선이었기 때문에 전국의 각 영업소를 순회하며 문제점을 파악, 방향 및 시스템을 정비시키는 데에만 한 달의 시간을 소비했다.

 영업소 관계자들에게도 집행부의 안정 및 경영에 대한 지식 습득을 위해 교육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주겠다고 절충안을 제시했다. 설득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이를 기회로 안정적인 노사관계가 마련되었고 공장의 분위기도 쇄신됐다. 그 결과로 출시된 신제품이 바로 차인표가 모델로 등장한 ‘트리시스’ 시리즈였다.

 이후 동산씨앤지는 샴푸시장 및 피부관리 시장에 뛰어들어 LG, 제일제당, 애경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단계까지 올라섰다. 또한 한국 1호 VJ 최 할리를 모델로 한 ‘스탈렛’, 맥 라이언을 모델로 한 ‘섹시마일드’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런칭시키며 인수 당시 400억원 매출 기업을 1992년에 700억원, 1993년에는 1000억원을 돌파하는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jylee@dned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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