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범
‘금속-절연체 상전이 현상’(MIT) 구명으로 관심을 모았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김현탁 박사가 아예 문을 걸어 잠갔다.
ETRI라는 기관의 명예훼손은 물론이고 개인의 프라이버시마저 유린당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개인적으로는 한국 과학기술계를 떠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기관은 기관대로 열받았다. ETRI 이미지 실추도 문제지만 연구원 개인에게 가해지는 일부 여론의 ‘독화살’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ETRI가 법적인 대응에 나선다고는 하지만 법이 ‘죽은 사람’을 살려 놓지는 못하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고민의 골이 더 깊다는 것이 주위의 시각이다.
지금 일부 과학기술계는 김 박사가 ‘절연체가 금속으로 바뀔 수 있다’는 모트의 가설을 정말 입증했는지는 뒷전이다.
본질보다는 56년 만에 현대 물리학의 숙원을 해결한 것이 정말 맞는지와 응용시장이 100조원이 될 것인지, 노벨물리학상 감이 되는지의 확인에만 매달려 열을 올리고 있는 모양새다.
절연체가 금속으로 바뀌는 과정을 수학적 발산을 통해 처음 구명했다거나 전자를 집어넣는 실험(정공)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의 응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과학적 사실은 외면하고 있다. 지엽적인 문제에만 논란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느낌이다.
최근 논란의 불씨를 제공한 응용물리학회 측도 논문 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고 한다.
ETRI는 김 박사의 연구결과를 공개하기 전, 이런 논란이 일지도 모를 만약에 대비하기 위해 내부 전문가가 모두 모인 가운데 2회에 걸쳐 세미나를 열었다. 이때 일부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부분은 김 박사의 성과에 공감하는 분위기였다고 ETRI 측은 밝히고 있다.
모트 가설의 스위칭 기능은 응용제품의 상용화 정도에 따라 관련 시장 규모가 100조원이 안 될 수도 있고 넘을 수도 있다. 만약 응용제품이 나와 관련 시장 규모가 10년 뒤 1000조원이 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만약이 현실화됐을 때 우리는 또 뭐라고 할 것인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가 아쉬운 요즘이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