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센추리노, HP 유비쿼터스프린터, 모토로라 레이저폰’
세계 IT시장의 흐름을 대변하는 이들 기기의 공통점은? 그렇다. 모두 한국에서 처음 발표돼 그 성공 가능성을 타진해본 것들이다. 한국이 최첨단 IT 신제품의 테스트베드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실증해주는 사례들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는 인터넷인구 3300만과 이동통신인구 3800만이라는 잘 갖춰진 IT인프라를 갖고 있다. 이런 환경이라면 세계적인 기업들의 테스트베드 활용 기회는 더 많아질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이런 전망이 별로 달갑지 않게 느껴지는 소식도 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이 엊그제 실시한 표본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인터넷인구의 13% 가량이 ‘인터넷중독자’로 분류됐다. 더욱 심각한 것은 IT인프라의 지속적인 확산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기능의 연구와 해소 방안은 별로 진척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우리나라의 연구사례와 해결 방안을 벤치마킹하러 온 미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을 그냥 돌려보냈을까.
IT강국에 걸맞게 역기능 해소 방안 역시 남들보다 앞서 있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IT가 주된 먹거리가 돼야 하는 우리로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선결 과제이기도 하다.
이런 마당에 엊그제 정부가 ‘인터넷중독예방종합대책(안)’이라는 것을 내놨다. 그런데 명색이 예방대책임에도 불구하고 그 내용은 단기적 대응책에 그치고 있을 뿐이다. 한마디로 낙제점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수준이다. 계획 완료기간까지 중독 상담센터를 몇 개로 늘리고 상담인력을 확충해 인터넷중독에 신속 대응하겠다는 게 거의 전부다. 정작 중요한 예방교육이나 홍보에 대해서는 뚜렷한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중독의 해소는 인터넷이라는 매체적 특성을 고려할 때, 단기적 상담이나 치료보다는 중장기적인 예방이 최우선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초등학교부터 정보윤리와 사이버해악에 대한 내용을 정규과정에 포함시켜 중독을 예방하는 게 시급하다는 것이다.
중독을 객관적으로 정의할 통계조사나 분석방법을 체계화하는 것도 절실하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조사 분석 체계는 인터넷 이용시간이나, 중독시 누구와 상담하는지 정도의 단순통계를 그래프 형식으로 표현하는 것에 그치고 있다. 중독 정도를 나타내는 ‘고위험사용자군’이나 ‘잠재적위험사용자’와 같은 단어의 개념, 심지어 어떤 상태를 ‘중독’으로 보느냐라는 정의조차 명확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유관부처의 협조 미흡이나 재원 부족을 이유로 들지만 별로 타당해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교육부가 해당 교육을 정규과정에 포함시키는 데 반대한다는 주장은 이해가 안 된다. 이런 문제는 설득과 타협에 의해 해결되는 일종의 정책적 과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제도 개선 역시 게임이용 시간을 물리적으로 제한하는 ‘셧다운’ 제도와 같은 강압적 방법보다는 해당 기업들에 ‘유해분담금’을 부과하는 방안 등을 도입해봄 직하다. 인터넷이나 게임을 통해 기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일정 부분 사회적 환원 책임을 부과하자는 취지다. 이 같은 분담금은 교재 개발이나 체계적인 연구조사 등의 비용으로 사용된다면 더 없는 선순환구조가 나타날 것이다.
‘인터넷중독예방종합대책(안)’이 말 그대로 중장기 종합대책이 되려면 자라나는 세대에 대한 교육·홍보 등 중독예방 방안이 구체적으로 적시돼 있어야 한다. 또 체계적이고 분석적인 연구, 나아가서 예방·치료방법의 개발 등에 대한 방안도 제시돼야 할 것이다.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IT강국 다운 ‘인터넷중독예방종합대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서현진 IT산업부장 j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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