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선 노트북을 이용하면 이동중에도 메일을 확인하고 웹브라우징을 하며 각종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할 수 있지만, 부피가 크고 무겁다는 게 단점이다. 셔츠 앞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그때그때 꺼내서 필요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한 기기가 있다면 한번쯤 사용을 고려해 볼만하다. 이같은 수요를 제대로 인식하고 상품화해 성공한 기업이 있다. ‘블랙베리’라는 휴대형 기기를 개발, 생산하는 리서치인모션(RIM)이다.
이 회사는 손바닥 만한 무선 기기 하나로 노텔과 함께 캐나다를 대표하는 IT기업으로 떠올랐으며 세계 무선 메시징 시장을 발칵 뒤집어놓았다. 블랙베리는 한대의 기기로 인터넷, 이메일, 휴대폰, 일정관리, 무전기 등 여러가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여기까지는 기존 무선 PDA나 스마트폰과 크게 다르지 않다.
블랙베리를 여타 제품들과 차별화시킨 ‘작은 차이’는 고객을 확실히 정하고 그들의 눈높이를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기존 PDA 업체들은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무게나 기능, 사용 편의성, 배터리 시간 등을 개선해가며 수요자를 끌어들이려 했다.
그러나 RIM의 고객 접근방식은 전혀 달랐다. 개인 사용자 대신 기업 사용자가 필요한 기능이 무엇인가를 먼저 파악했다. 그 결과 회사 이메일 계정에 접속할 필요 없이 바로 이메일과 첨부파일까지 체크할 수 있도록 했으며 ERP, CRM 등 기업용 솔루션과도 접목했다. 넓직한 LCD화면이나 문자입력이 간편한 쿼티(Qwerty) 자판을 장착하고 세련되고 ‘앙증맞은’ 디자인은 보너스다. 북미 지역에 대규모 정전사태가 발생했을 때 블랙베리가 기업 사용자들의 업무처리를 도왔다는 입소문도 무시할 수 없었다.
여기에 무선 인터넷에 대한 세계적인 수요와 관심이 맞물려 블랙베리는 북미 지역은 물론 싱가포르ㆍ홍콩ㆍ호주ㆍ뉴질랜드ㆍ태국ㆍ말레이시아 등으로 진출했다. AT&T, 케이블&와이어리스, T모바일, 텔스트라 등 통신사업자가 블랙베리 서비스를 제공중이며, 최근에는 차이나모바일과도 제휴했다. 현재 전세계 95개 이상 통신 사업자가 블랙베리를 공급하고 있고, 연말이면 100개 사업자는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블랙베리가 처음 등장한 것은 90년대말이지만 돌풍을 일으키며 시장에 어필한 것은 최근 2년여전부터다. 제품 발표후 5년이 지난 2004년 2월 처음으로 가입자수 100만 명을 돌파한 후 11월에는 200만명, 5월에는 300만명을 넘어섰다. 연말이면 약 5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약 5년이 지나서야 100만명을 돌파했던 것이 2배인 200만명이 되는 데는 9개월이 걸렸다. 다시 100만명 가입자를 늘리는 데는 6개월밖에 소요되지 않았다.
매출도 최근 기하급수적으로 뛰었다. 짐 발실리 RIM 회장 겸 CEO는 “2005년 회계연도는 RIM에게 기념비적이니 해였다. 가입자가 1년새 2배로 뛰었으며 매출도 처음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섰다. 올해는 블랙베리를 공급하는 통신사업자를 100개 이상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마감된 2006년 회계연도 1분기 결산 결과 RIM의 매출은 4억5390만달러로 전분기 4억480만달러에 비해 12% 향상됐다. 작년 동기 2억6960만달러에 비하면 68% 늘어난 수치다. 가트너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PDA 시장에서 RIM의 블랙베리는 점유율 23.3%로 1위를 차지, 수년간 이 시장을 석권했던 팜을 눌렀다.
그러나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RIM에게도 걸림돌은 있다. 여러 경쟁사들이 유사한 제품을 내놓으며 RIM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는 것. 지난 7월 모토로라는 무선 PDA인 ‘모토로라 Q’를 내년초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거세게 밀려오는 경쟁사들의 위협을 어떻게 뚫고나가느냐가 RIM의 생존 또는 발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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