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표준 전쟁

 중국 진시황은 만리장성과 아방궁, 불로초로 잘 알려져 있다. 중국을 최초로 통일한 왕이라는 사실과 초호화 생활을 하다가 단명한 제국의 왕이다. 36년이라는 짧은 제국의 왕임에도 불구하고 진시황은 중국의 영웅으로 칭송받고 있다. 최초 통일국가의 시황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시황의 업적 중 대륙의 통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문자와 도량형, 화폐의 통일이다. 소수민족으로 이루어진 중국을 한자(漢字)로 통일했다. 물리적 통일 못지않은 문화 정신적 통일인 셈이다. 중국 대륙의 의사소통 수단을 하나로 묶어 통치의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도량형을 통일한 것 역시 진시황의 중요한 업적이다. 됫박의 크기가 서로 달라 교역이 불가능할 정도여서 당시 도량을 속이는 사례가 급증했다. 진시황은 도량을 속이는 범죄에 대해 어느 죄보다 가혹한 처벌을 내렸다. 공포정치를 한 진시황이지만 사리가 분명했음을 알 수 있다.

 또 도로의 규격을 통일했다. 마차의 폭을 규정하고 그에 맞게 도로 폭을 만들어 전국의 교통을 원활하게 했다. 기원전이지만 진시황은 이미 생활에 필요한 표준을 만들었고 그것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다. 중국인이 진시황을 영웅으로 추앙하는 면이기도 하다.

 진시황의 위대한 업적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그것이 곧 표준이다. 도로의 폭과 문자의 통일, 도량형의 기준 마련은 규격의 대표적인 사례다.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의사소통을 가능하게 했다. 표준은 그만큼 중요하고 필요하다.

 그러나 표준을 제정하기까지 과정은 험로다. 진시황은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하루아침에 표준을 정했지만 그가 진나라를 세울 때까지의 과정은 험하고 힘들었다. 표준제정에는 그만큼 강력한 힘이 필요하다. 힘 없는 자의 규격은 누구도 따라하지 않는다. 표준은 곧 ‘힘’이다.

 최근에는 각 나라가 자국의 규격을 표준으로 만들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첨단 IT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표준제정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보이지 않는 힘 ‘표준’을 잡기 위한 전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것이 곧 국력이기 때문이다.

 이경우기자@전자신문, k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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