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FTTH인가, VDSL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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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초고속인터넷 강국의 자리를 일본에 내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규모가 우리나라를 이미 추월했고, 가입자 댁내 광케이블(FTTH)이 우리보다 먼저 상용화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미래형 초고속인터넷이라 불리는 FTTH가 우리나라는 시범서비스 단계에 머물고 있어 이런 불안감이 커진 것 같다.

 하지만 최근 이런 논란은 우리나라가 가진 인프라와 기술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무조건 일본을 모방하려는 시각에서 비롯된 것 같아 안타깝다.

 FTTH와 관련해 일본과 가장 비교되는 부분은 초고속인터넷 속도. 일본에서 가입자당 100Mbps급을 지원하는 FTTH가 세계 처음으로 상용화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가 VDSL만으로도 FTTH에 버금가는 초고속인터넷 속도를 구현할 수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현재 VDSL과 FTTH, 광랜 등을 막론하고 구현 가능한 최고의 속도는 양방향 100Mbps. 100MB에 달하는 동영상을 10초(또는 10MB 1초 또는 100Mb 1초) 만에 업로드나 다운로드할 수 있는 속도로, 실질적으로 그 이상의 속도경쟁은 의미가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VDSL 변조방식 가운데 QAM 방식으로 제조된 제품은 이미 양방향 100Mbps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VDSL이 구현하는 최고 속도에 주목한 일본의 NTT 등에서 양방향 100Mbps 제품을 개발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특히 현재 유일하게 양방향 100Mbps 기술을 구현하고 있는 QAM 방식의 VDSL은 장비의 발열량도 적고 가격도 저렴해 기존의 인프라만으로 손쉽게 FTTH와 같은 속도의 초고속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런데 국내에서는 이 양방향 100Mbps VDSL이 주목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VDSL 전송방식을 둘러싸고 국내 통신사업자들이 확고한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통신사업자의 영향력에 따라 VDSL 국제 기술표준이 DMT 방식으로 결정되면서, 국내 사업자들이 FTTH에 버금가는 속도를 구현함에도 불구하고 QAM 방식의 VDSL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DMT 방식의 VDSL은 아직 최고 속도가 단방향 100Mbps에 불과한 실정이어서, QAM 방식이 구현하고 있는 양방향 100Mbps를 달성하기에는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

 즉 통신사업자들이 VDSL 변조방식에 따른 상품 선택의 폭을 좀 더 넓혀주기만 한다면 충분히 FTTH에 뒤떨어지지 않는 속도의 초고속인터넷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거대 사업자들의 눈치를 보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의 VDSL 인프라를 활용하면서도 초고속인터넷 속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데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새로운 FTTH 기반의 초고속인터넷 환경만을 이야기한다면 국가적 낭비가 아닐 수 없다. 게다가 VDSL을 둘러싼 대외적인 환경도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일본은 초고속인터넷 가입비율에서 우리나라보다 뒤져 있으며 이를 따라잡기 위해 주택 단위까지 초고속인터넷을 보급하는 데 유리한 VDSL을 FTTH와 혼용하고 있다. FTTH 방식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하나 결국 비용적인 측면에서는 VDSL을 혼용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일본은 속도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중소 벤처기업들의 VDSL 장비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미지역도 최근 VDSL 서비스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어 VDSL 업체들의 새로운 수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는 컨버전스 시대에 대한 국가적인 비전을 갖췄고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도 옆의 나라가 우리와 다른 방식으로 정보통신 환경을 구축한다고 해서 이를 무작정 모방하려고 하는 일부의 시각은 안타깝다.

 남의 떡이 커보인 나머지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중복 투자하는 우를 범하지 않고, 차근차근 국가비전을 달성해 나가는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 윤종현 네오웨이브 이사 yoonjh@neowa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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