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세계 첫 기술개발에 성공하거나 개발한 기술이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채택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국가나 해당 연구진 모두에게 큰 보람이자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차세대 성장엔진을 새로 마련한 셈이다. 무엇보다 첫 기술개발은 불루오션 실천 전략이다. 또 국제표준 채택은 우리 기술이 세계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기술경쟁시대에 앞선 기술력이야말로 힘의 원천이 아닐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앞선 기술력은 IT 코리아의 위상을 견고히 하는 것이다.
삼성종합기술원은 탄소나노튜브를 이용해 64기가비트(Gb) 대용량 플래시메모리와 대용량화의 걸림돌이던 과열현상을 해소한 P램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동안 학계에서는 현 기술을 활용한 플래시메모리 용량 한계를 32기가비트로 여겨 왔다. 이에 따라 삼성종합기술원이 개발한 핵심 나노기술은 2008년 이후 ‘황의 법칙(메모리 집적도 매년 2배씩 증가)’을 증명하는 기반기술이 될 것이라고 한다. 이 법칙대로라면 오는 2008년께 64기가 제품이 나올 수 있다니 기대된다. 삼성종합기술원은 이와 함께 1n∼2㎚ 크기의 탄소 나노 입자를 넣어 리셋 전류를 감소시킨 P램 개발에도 성공해 대용량화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한다. 이런 기술적 개가는 P램 대용량화의 걸림돌을 해소하고 이 분야 국내업체의 경쟁력을 한층 높인 것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고화질 디지털 TV(HDTV)의 방송 콘텐츠 보호 기술이 사실상의 국제 표준으로 대거 채택된 것도 기쁜 일이다. 이미 디지털저작권관리(DRM)의 세계 표준화 단체인 디지털미디어 프로젝트(DMP)가 2단계 국제표준으로 채택했다는 것이다. 최종 결정은 오는 10월 제8차 회의를 거쳐 내년 2월에 이루어지지만 형식적이어서 사실상 국제표준으로 채택된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더욱이 우리 연구 관계자가 그룹 의장으로 선출된 것도 한국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이번에 채택된 국제 표준은 △툴팩(ToolPack) △방송콘텐츠 유통 프레임워크 △사용자 및 디바이스 기반의 도메인 △도메인을 이용한 라이선스 △디지털방송의 사용 케이스(USE CASE) △방송용 디지털 콘텐츠 포맷(DCB) 전송 등 6개 기술이라고 한다.
이번 기술력 개가는 관련 시장의 선점은 말할 것도 없고 지적재산권 보호에도 유리한 고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현재 우리 기업들은 내수 침체와 대외경쟁력 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우리의 잠재성장률은 4.8% 수준으로 90년대의 6.1%에서 큰 폭으로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정부와 민간의 노력이 기대보다 미흡할 경우 올해부터 10년간 잠재성장률이 4%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해 우리의 분발을 촉구했다. 실제 고유가 행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가 성장잠재력 확충을 소홀히한다면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우리가 글로벌 경쟁에서 이기려면 남보다 기술개발에 주력해 경쟁없는 기술세계를 구축하거나 우리의 기술이 세계표준으로 채택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물론 이런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나 기업들은 나름대로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연구에 주력하는 국내 연구진이 항상 미래지향적 사고로 긍지를 갖고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에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들이 연구에 전념할 때 더 많은 기술력 개가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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