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대학, 응용연구의 산실?

 대학은 기초연구의 산실인가, 응용연구의 산실인가.

 지난 몇년간 대학대상의 정부연구개발사업비 지원액 비중이 기초연구에서 응용연구 쪽으로 뚜렷하게 옮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부의 조사에 따르면 대학에 지원된 국책연구비가 연간 7000억∼8000억원이었다. 특기할 것은 지난 1999년, 2000년 이후 50∼60%였던 기초연구비 지원액 비중이 2001년부터 최근까지 40%대로 크게 줄어 들었다는 점이다.

 기초연구는 상업화 이전의 원리를 구명하고 이론화하는 것이다. 응용연구는 상업화를 전제로 하는 것이다. 최근 대학의 기초연구 성과의 확대는 산학협력의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대학내 응용연구확대는 IMF 이후 출연연 구조조정과 독립채산제 실시, 특히 산학협력 등을 통한 돈버는 대학 만들기 운동의 확산에 영향받은 바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와 대학이 대학을 ‘응용’연구의 중심으로 끌고 가는 것은 초점을 흐릴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기초연구는 말 그대로 기초적인 연구이기에 대학에서 급격히 비용을 늘리지 않고도 수행할 수 있다. 응용연구는 기초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상용화해 나가는 노력이다. 대학연구의 초점이 응용연구 중심으로 흐른다고 할 때 최대 장벽은 연구비다. 상업화를 전제로 하는 응용연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전제로 하며, 이는 곧 엄청난 금액의 비용증가를 뜻한다.

 응용연구는 ETRI ,전기연, 기계연, 항우연 등 국책 출연연들의 활동에서 보듯 연간 수백, 수천억원씩 투입하는 막대한 연구비를 투입하는 곳에서 맡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더구나 최근 들어서는 막대한 인력풀을 가진 국책연구기관들조차 국가 R&D프로젝트를 실시할 경우 가장 경쟁력있는 연구원 중심의 ‘전문연구단위’로 최고의 성과를 도출해 내려고 하는 마당이다. 대학 대상의 정부연구개발사업비 증액 가운데 응용연구비중 확대 경향은 그래서 더욱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으로서는 “기초연구만 하고 (상품화 가능성이 큰 )응용연구는 말란 말이냐?”는 불만이 나올 수 있다.

 답은 산학협력, 또는 벤처에 있고 집중투자를 할 수 있는 전문연구기관과 기업에 있다.

 중국의 IBM으로 불리는, 레노버의 전신 롄상은 중국과학원 산하 중국과학원 계산기공사란 이름으로 출발한 벤처다. 컴퓨터조판업체인 베이다팡정 역시 베이징대학의 왕쉬안에 의해 1988년 설립된 벤처다. 이들 업체는 오늘날 세계적 기업이다.

 정부는 대학의 응용연구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 아니라 대학의 기초연구비 지원을 늘려야 한다. 그리고 그 기초연구가 익은 연구팀은 벤처창업으로 과실을 딸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

 상업화를 전제로 한 응용연구비 지원확대는 역시 1조 모태펀드를 바탕으로 벤처지원 전열을 정비한 한국벤처투자에 맡기기로 한만큼 대학보다 벤처에 우선 투자돼야 한다.

 삼성전자는 인텔이 개발한 D램, 도시바가 개발한 플래시메모리에 대한 끊임없는 응용연구개발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최대 시장지배자가 되었다. 거시적으로 볼 때 기술의 응용개발 필요가 있는 곳에는 확실히 자본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쪽에서 맡는 것이 옳다.

 안타깝게도 대학에서 기초연구든 응용연구든 상용화에 기여한 그런 기술을 개발한 통계 등은 일반에게 그리 알려지지 않고 있다. 대학들의 응용연구비 투입액 증가에 따른 성과사례가 좀더 많이 알려진다면 대학의 응용연구비용 증가에 대해 좀더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이재구 경제과학부장@전자신문, j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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