챈들러 버 지음/강미경 옮김/지식의 숲 펴냄
후각에 대한 이론은 크게 형태 이론과 진동이론으로 나뉜다. 형태 이론은 냄새 수용체가 냄새 입자의 형태를 통해 냄새를 인지한다는 이론이고, 진동이론은 진동을 통해 냄새를 인지한다는 이론이다.
이 책은 진동이론에 입각한 후각 연구가인 루카 투린이 ‘인간은 어떻게 코로 냄새를 맡는가’라는 의문을 풀기 위해 힘써온 과정을 서술한 책이다.
1953년 레바논에서 태어난 이탈리아인 루카 투린은 런던 브리티시 대학에서 생물물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프랑스국립과학원에서 10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했다. 그는 1996년 이후 1차 후각 수용과 냄새 예측에 대해 연구해왔으며 2001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플렉시트럴에서 최고기술책임자(CTO)로 일하고 있다.
그가 1992년 출간한 책 ‘향수’는 정확하고 예리한 비평으로 프랑스 향수 안내서 분야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덕분에 그는 향수 업계의 거물들에게 일약 주목을 받게 된다. 이후 그는 독학으로 익힌 화학과 물리학 지식을 동원해 진동이론을 바탕으로 한 논문을 유명 과학 잡지 ‘네이처’에 제출하지만 학계의 주류로 자리잡은 형태 이론 지지자들과의 오랜 공방 끝에 논문 게재를 거절당했다.
더구나 지난 해 스웨덴 한림원도 형태이론의 대표 주자라고 할 수 있는 리처드 액셀과 린다 벅에게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해 형태 이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저자는 이것으로 끝이 아니라고 말한다. 인류에게 후각은 시각이나 청각 및 촉각과 달리 아직도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투린의 이론이 사실로 판명된다면 루카 투린에게도 노벨상이 주어질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주류 과학계의 힘에 밀려 아웃사이더가 되어버린 한 과학자의 삶과 향수 산업의 뒷 이야기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저자는 미국 시카고 출신으로 정치·경제·고고학 등 다양한 분야를 연구해왔으며 87년부터 언론인 겸 작가로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뉴욕타임스 매거진·로스앤젤레스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에 기고해왔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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