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vs문화부 `파워 게임 양상`
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내년도 방송발전기금 운용안에서 문화관광부가 추진중인 디지털방송 제작 집적 시설인 디지털매직스페이스(DMS) 지원금 162억원을 제외해, 문화부의 DMS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방송위는 지난달 24일 기획예산처에 제출한 ‘2006년 방송발전기금 운용안’에 문화부가 요청해온 162억원 DMS 방송장비 지원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위관식 방송위 진흥정책부장은 “문화부와 DMS 관련 운영로드맵 등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반영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문화부가 ‘영상산업진흥대책’ 일환으로 추진중인 500억원 규모의 DMS 사업은 내년 4월 건물 완공식을 앞두고 정작 방송장비가 없는 껍데기가 될 우려가 제기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일이 업무 영역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는 문화부와 방송위 간 힘겨루기의 결정판이라며 사태 추이에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DMS는=문화부는 한국방송영상산업진흥원(KBI)을 사업시행 주체로 삼아 서울 상암동에 DMS를 건립, 중소 독립제작사의 디지털방송 인프라를 지원할 방침이다. 건축 비용 284억원은 국고에서, 방송장비 212억원은 방송발전기금에서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7월 기공식을 가졌으며 내년 4월 완공 예정이다. 방송장비예산 212억원 중 50억원은 2005년 방송발전기금에 책정됐으나, 나머지 162억원은 이번에 방송위가 2006년 방송발전기금 운용안에서 제외해 예산 확보에 빨간불이 켜졌다.
문화부 관계자는 “2003년 국무조정실에서 기획예산처를 포함한 관련 부처의 예산 합의가 이뤄진 상황”이라며 “방송위가 지금이라도 운용안에 DMS 예산을 반영해 기획예산처에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송위의 불가 이유=위관식 부장은 “문화부와 상호 협의가 필요한데 향후 DMS 운영 등에 대한 합의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DMS 사업을 건축비용과 방송장비로 나눠 지원할 게 아니라, 일반회계에서 모두 지원하는 게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위 부장은 “지난해 2005년 방송발전기금에서 50억원을 지원하는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논의했는데 일부 민간자본 유치가 제기됐으며 이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며 제외한 배경을 설명했다.
송수근 문화부 과장은 “사업이 잘 진행되는 방향으로 해야 하는데 방송위의 이번 조치를 이해할 수 없다”며 “문화부는 줄곧 협의를 해왔다”고 반박했다.
◇방송위-문화부, 파워게임=방송위와 문화부는 방송진흥 및 지원업무를 둘러싸고 날카롭게 대치한 상태다. 방송법에서 방송영상산업 지원 업무 영역 규정이 불명확한 채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차제에 디지털방송 지원 사업인 DMS를 주도하길 내심 원한다. 물론 문화부는 DMS가 난항에 부딪힐 경우 이 같은 대치 국면에서 밀리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한다.
문화부는 기획예산처에 DMS의 방송발전기금 기원을 추가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만약 정부안에서 빠질 경우 문광위원회에서 다시 한 번 추가를 시도할 방침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