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시에 위치한 쿠쿠홈시스 공장. 처음 본 밥솥공장의 모습은 의외였다. 소형가전이라 생산라인도 단순할 줄 알았는데 오산이었다. 하루 1만2000개의 전기밥솥을 생산할 수 있는 6개 라인에는 250여명의 직원이 모여 수백 가지의 부품을 조립하고 있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냉장고 라인이 4∼5단계였다면 전기밥솥은 7∼8단계는 돼 보였다.
“외주 주면 사람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안 합니다. 품질 관리가 힘들어집니다.”(구본학 부사장)
신선한 충격을 주는 건 또 있었다. 곳곳에서 진행된 품질 테스트였다. 제품이 다 완성되면 바로 포장되질 않았다. 직원들 머리 위로 설치된 에이징 라인을 전기밥솥이 돌며 취사와 보온 테스트를 받고 불합격 제품이 걸러졌다. 실험을 통과한 제품은 또 그냥 포장되는 게 아니다. 제품이 운송될 때 외부 충격에 견딜 수 있는지 검사하는 포장낙하시험을 거쳐야 했다.
“상품기획·설계·생산·검사의 매 단계에서 검증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검사 단계에서는 엄격한 극한시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충격시험, 결합장치 시험, 영하 10도 이하의 한계온도 시험 등의 검사과정을 거쳐야만 쿠쿠라는 이름을 달 수 있습니다.”(김영종 전무이사)
고집스럽다. 별 걸 다 한다. 영하 10도에서 누가 밥을 지어 먹는다고 하얗게 얼린 밥솥으로 밥을 짓나. 또 바닷물로 밥짓는 사람이 어디 있다고 염수에 내솥을 담가 펄펄 끓이는지(염수 검사는 내솥의 코팅 손상 여부를 실험한다).
공장 옆 본관 3층 기술연구소는 더 했다. 연구소여서 신상품이 즐비할 줄 알았는데 이미 팔리고 있는 제품들을 테스트하는 게 더 많았다.
연구소 한편에는 100여대의 전기밥솥을 나란히 배치하고 취사 1000시간, 보온 1000시간을 작동시키고 있었고 기계가 밥솥 뚜껑을 3만회 열고 닫는 실험이 한창이었다. 밤낮 없이 연구소 직원들은 야간 당직을 서면서 하루종일 가동시킨다. 3만회는 하루 10회씩 8년 동안 열고 닫아야 하는 횟수다.
명성 그대로다. 대형 할인점이 자기 제품을 제 가격에 팔지 않는다고 6억에 달하는 재고를 떠 안으면서 철수시키고 외상 거래는 하지 않는 고집스런 회사가 쿠쿠다.
“지금까지 850만대의 밥솥을 생산, 판매하면서 고객사용시 한치의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고객의 요구보다 한 발 앞선 기술을 개발하고 엄격한 품질을 지켜내는 것이 쿠쿠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원동력입니다.”(구자신 사장)
일본 코끼리밥솥은 물론이고 국내 대기업들도 물리치면서 가질 수 있는 자만심을 경계해서일까. 쿠쿠홈시스는 창사 후 처음 만든 홍보 영상물에서 ‘처음 사랑, 처음 꿈’을 강조했다. 초심을 잃지 말자는 내부 약속이자 고객에 대해 끊임없이 노력하겠다는 다짐처럼 보였다.
지난해 전기밥솥 폭발사고로 한 기업은 사업을 접었다. 또 한 기업은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밥솥 사업을 매각했다. 외부에서 보는 시각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 쿠쿠홈시스가 내건 ‘처음 사랑, 처음 꿈’을 고집스레 지켜 나가길 기대한다.
윤건일기자@전자신문, ben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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