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 후폭풍 시작

M&A통해 몸집 불리고 시작 공세 강화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인수합병 후폭풍이 시작됐다. 본사 합병 작업을 끝낸 다국적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국내에서도 확대 전략을 펼치며 국산 제품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까지 위협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간계 소프트웨어 공급에 주력했던 업체들이 사업 영역을 개별 포인트 솔루션으로까지 확대하는 ‘저인망식 전략’을 가동하면서 국내 업체의 입지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다국적 업체들의 신규 진입이 예상되는 부문으로는 △메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 관리시스템(MMDBMS) △리포팅 툴 △백신 △업무프로세스관리(BPM) △인사관리(HRM) 등 다양하다.

 ◇국산 텃밭 위협 받는다=알티베이스가 주도하고 있는 국내 MMDBMS 시장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세계적인 MMDBMS 업체인 타임스텐을 오라클이 인수했기 때문이다. 알티베이스는 타임스텐의 국내 총판을 상대로 했던 이전과는 달리 앞으로는 국내 기업용 솔루션 시장의 최강자인 한국오라클을 상대로 수주 경쟁을 벌여야 한다.

 BPM 업계도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동안 핸디소프트가 대표 업체로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최근에는 한국오라클, SAP코리아, 한국CA 등 다국적 솔루션 업체들이 시장에 뛰어 들었다. 이 3사의 영향력은 이미 시장에서 드러났다. 최근 핸디소프트가 사전 컨설팅 작업에 참여했던 한 대형 통신 업체의 시범 프로젝트를 BPM 고객 사이트 하나 없는 외산 업체에 빼앗긴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국내 업체인 포시에스가 장악하고 있는 리포팅 툴 업계에도 외국 업체의 입김이 거세질 전망이다. 크리스털디시전스 인수 이후 국내에서 영업 기반을 다지고 있던 비즈니스오브젝트코리아가 중견기업을 타깃으로 한 ‘크리스털리포트서버 XI’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최근 설립된 베리타스와 시만텍의 통합법인이 영업력을 발휘하면 백신 시장의 판도도 국내 업체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그동안 세계적인 명성과는 달리 안철수연구소, 하우리에 밀려 국내 시장에서는 고전을 면치못했던 시만텍코리아는 기존 베리타스의 막강한 영업력을 바탕으로 기업용 시장 공략에 나설 경우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예상된다.

 ◇갈수록 공세 거세진다=국내 솔루션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은 서막에 불과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몇 년 전부터 기업용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 키우기에 나섰으며 조직 통합 및 국내 비즈니스 준비 과정을 거쳐 최근에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

 외산 업계 한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인수 합병이 끝났다 하더라도 국내에서는 일정 시간이 흘러야 이에 대한 전략이 나오기 시작한다”며 “최근 1∼2년 사이에 인수 합병 건이 많았기 때문에 향후 외산 업체의 공세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국내 업체는 인수 합병 이전만 해도 국내 총판이나 10여명 미만의 지사와 경쟁하던 상황에서 대형 업체와 승부를 벌여야 하는 새로운 상황을 맞게 됐다.

 ◇대책은 있나=국내 업체들도 다국적 업체와 겨룰 수 있는 몸집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김병국 티맥스소프트 사장은 “외국 업체에 비해 국내 업체가 재무적으로 취약할 뿐만 아니라 규모에서도 뒤진 것이 현실”이라면서 “서로 부족한 점을 보완하기 위해 전략적 제휴를 강화하거나 인수 합병을 적극 고려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개별 기업 처지에서 제품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더욱 연구개발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일부 소프트웨어는 제품 출시 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고객들로부터 원성을 사는 경우도 종종 있다는 것. 안유환 핸디소프트 상무는 “글로벌 업체의 움직임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중장기적으로 연구개발 투자를 늘려 제품 품질을 최상으로 유지하는 것에 주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병희기자@전자신문,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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