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밖으로 나온 정통부

정지연

 지난 1일 천안 정보통신공무원교육원. 정보통신부가 ‘양방향 열린행정’을 표방하며 개최한 ‘전략회의’에는 관계자 300여명 외에도 6만여명의 네티즌이 동시 접속해 인터넷 생중계에 참여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인터넷 실명제’ ‘단말기 보조금 금지법 존폐’ 등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이슈들에 대한 토론회가 예정됐긴 하지만 처음 시도하는 정부의 온라인 정책토론회에 예상보다 더 큰 반응을 보인 것이다.

 진대제 정통부 장관은 “참여정부의 열린행정에 대한 국민의 적극적 호응”이라고 풀이했고, 또 다른 관계자는 “IT강국의 위상을 다시 한 번 느꼈다”는 평가를 내왔다. 수만명이 동시 접속해 생방송을 볼 수 있는 인프라와 그 가운데 시스템이 중단되지 않는 기술력까지 자연스럽게 검증된 것. IT코리아의 주역들이라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한 행사였다.

 그러나 이날 참여한 네티즌의 반응은 의외였다. 실명을 통해 댓글을 달도록 해서인지 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몇 십건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이후 토론을 위해 진행된 ‘단말기 보조금 금지 찬반 투표’에서는 수백여건의 글에 참석자의 80% 이상이 찬성표를 던지는 결과가 나왔다. ‘반드시 연장해야 한다’ ‘결사 금지’ 등 구호성 주장까지 이어졌다.

 네티즌들이라면 당연히 보조금을 지급해 싸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할 것으로 예상했던 담당 공무원들도 의외의 결과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공식적인 IP분석 등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참석자들은 정책에 영향을 주기 위한 이해관계자가 특별히 계획하지 않고서는 이런 결과가 나오기 어렵다는 데 생각을 같이했다. 또 접속자 6만여명의 실체에도 의구심이 생겼다.

 이번 전략회의는 그동안 산업과 규제의 특수성을 강조하며 음지(?)에서 주로 일해 왔던 정통부가 처음으로 열린 공간에서 정책을 소개하고 비판을 받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는 여전히 정통부의 정책이 폐쇄된 공간에서 이해 당사자들 간 논리싸움에 머물고 있지 않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진정으로 ‘열린 IT행정’이 되기 위해서는 네티즌을 가장한 여론 조작이 있을 수 없도록 정책의 원칙을 분명히 하고, 국민과 기업들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통로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다.

 IT산업부·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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