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전문가를 찾아라"

 “판로가 없다.” 지역 정보기술(IT) 업체 CEO들의 한숨섞인 말이다. ‘그렇겠거니’ 하는 생각이 들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정확히 얘기하면 팔 방법을 모를 뿐이고, 나아가 제품을 팔기 위한 핵심 수단인 ‘인력’이 없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비단 지나간 베스트셀러 제목을 들먹거리지 않아도 시장은 국내에도, 국외에도 정말 넓게 퍼져 있다. 지역 업체들에게는 마케팅 관련 노하우가 없고, 노하우를 소화한다 해도 그것을 성과물로 만들어 낼 ‘전문’ 인력이 없다는 말이 오히려 들어 맞는 얘기다.

 상당수 지방 중기·벤처의 CEO가 엔지니어출신이란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이 마케팅에 어두워 곤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다. 특히 지방 중기·벤처들이 본격적인 대량소비시장 진입을 앞두고 맞닥뜨리는 이른바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은 수도권 기업들의 그것보다 훨씬 더 깊고 어둡다. 엔지니어 출신 CEO가 대부분인 중기·벤처들로서는 어려운 결단이 될 수 있겠지만 과감히 마케팅 전문가를 중용하는 것이 죽음의 계곡을 탈출하는 한 방법으로 떠오른다.

 ◇‘마케팅’을 모른다=광주지역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A사는 최근 교육용 그래픽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으나 마케팅에 실패해 회사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 초·중·고교 및 대학기관에 공급하고 해외에 수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국내외 전시회와 시장개척에 나섰지만 판로의 ‘실마리’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대구지역 LCD관련업체인 C사는 유망기술을 기반으로 제품을 출시했지만 마케팅 역량부족으로 난관에 부딪혔다.

 지난 2년간 기술개발과 시제품 출시에만 몰두해 온 이 업체는 사장이 직접 나서 대기업과 접촉을 벌였지만 만족할 만한 수주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영업전문가도 영입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전시회 참가만이 유일한 대안=부산의 소프트웨어업체 D사는 국내외 전시회에는 가급적 참가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지원기관으로부터 여러 차례 우수 제품으로 선정된 데다 각종 전시회에서는 부스 방문객도 적지 않고 상담실적도 웬만큼 얻어내고 있지만 거의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시장개척단을 따라 해외로 나가는 업체들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S사 L사장은 동남아·중국 시장을 둘러보았는데 별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 L사장은 “제품이 부족하다고는 결코 생각해 본 적 없다”면서 “외국과 비즈니스에는 오랜 기간이 걸린다는 주위의 말들에 익숙해져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탈출구는 있다=지역업체들 대부분은 마케팅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지역내 70%를 넘는 업체들이 “마케팅이 힘들다”고 응답하고 있다. 광주진흥원 관계자는 “다수의 지역 업체들이 인력과 자금 부족과 함께 마케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고 호소하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지역 IT업체의 몰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말한다.

 부산진흥원에서 홍보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정문섭 과장은 “지방중소기업일수록 기술인력들이 CEO를 맡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마케팅에 어두울 수밖에 없다”면서 “지역 기업들도 엔지니어가 엔지니어를 맡는 관례를 벗어나 마케팅 전문가들도 CEO를 맡을 수 있는 분위기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제품 개발을 끝낸 지방의 일부 업체들은 상용화단계에서 마케팅 전문가를 CEO로 내세워 성가를 높이고 있다.

 경영을 전공하고 최근 통신솔루션 업체 CEO로 취임한 대전지역 H사 P사장은 “영업적 측면에서 유리한 점이 많다”면서 “중장기적으로 마케팅과 같은 경영 노하우를 엔지니어 마인드와 ‘화학적으로’ 결합해나가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국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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