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본원과 분원 교육수준 통일
인생살이도 그렇지만 사업도 처음 조그만 것을 이룰 때까지가 정말 힘들다. 그러나 이후 좀더 이익을 올리는 것은 덜 힘들고 더 많은 이익을 내기는 훨씬 쉽다.
나 역시 초기의 고생을 벗어나자 규모가 급증하기 시작해 74년에는 경쟁학원을 인수하게 됐다. 그러나 새로운 고민이 생겼다. 인수한 학원을 기존 학원과 같은 장소로 합칠 것인가 아니면 이름을 ‘중앙’으로 통일하되 분원 형태로 다른 장소에서 운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지금보면 하찮은 문제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당시만 해도 학원이 본원과 분원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강사들이 교육할 경우 분원의 교육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너무나 뿌리깊었다. 누구도 분원을 두는 모험을 하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유명한 학원도 수 천의 학생을 교육하는 수준을 넘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나는 전국을 커버할 수 있는 대규모 교육 기관을 만들고 싶었다. 그래야만 규모의 경제로 고가의 실습 장비를 설치할 수 있고 수요가 적어 채산성을 맞출 수는 없지만 꼭 필요한 특수 분야의 전문가도 양성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분원을 만들어 남들이 아직 해보지 않은 길을 가야만 했다.
분원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본원과 분원의 교육 수준이 똑같다는 것을 보여 줄 수 있도록 모든 과목의 교안을 통일해야 했다. 교육 내용을 시간대로 나눠 세분하고 설명 순서, 예제, 심지어는 칠판에 판서하는 위치까지 토의를 거쳐 통일했다.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본원에서 교육받던 학생이 중간에 분원으로 이적해도 그대로 연속될 수 있었고 본원과 분원의 차이는 없어졌다. 이후 79년까지 서울의 종로, 영등포, 강남과 부산, 대전 등 지방에도 분원을 설립해 전국 단위의 대규모 학원으로 발전시킬 수 있었다.
선진국들도 초기에는 요원의 절대 부족으로 컴퓨터 활용이 원활하지 못했는데 그 원인은 대학의 컴퓨터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우리 나라 역시 80년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대학에서 컴퓨터 교육이 본격화됐지만 다행히도 외국에는 없는 학원이라는 특별한 교육 제도가 있어 일찍부터 전문 요원이 양성됐다.
그 결과 우리 나라는 70년대 말에도 요원 부족에 따른 큰 어려움 없이 빠른 속도로 전산화의 길을 걸을 수 있었으며 그것이 오늘날 우리가 IT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생각한다.
학원이라 하면 보통 과외 학원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경우가 많다. 그러나 다양한 기술계 학원들은 사회에서 꼭 필요한 인력을 키워내 국가 발전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특히 컴퓨터처럼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빠른 분야에서는 학원 교육의 진가가 더 잘 나타난다. 대학은 수시로 발전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할 뿐 아니라 변화에 대한 대응도 늦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학원은 신기술을 습득한 인재를 신속하게 투입해 발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학원은 이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마는 냉엄한 시장경제의 구도에 들어있다.
jse@choongang.co.kr
사진; 중앙정보처리학원그룹은 학원 강의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수 IT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미국 오라클사 관계자와 만나 협약식을 가진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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