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유선전화사업자-­케이블사업자 `전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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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선전화사업자와 케이블사업자가 전면전을 벌인다.

양측은 상대 텃밭인 초고속인터넷과 전화 가입자를 겨냥해 저가 공세를 펼칠 계획이며 하반기에는 방송 시장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불붙은 초고속인터넷 요금 경쟁=유선사업자인 SBC는 1일(현지시간) 초고속인터넷(xDSL) 요금을 종전보다 25% 낮춘 월 14. 95달러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월 30달러 이상인 케이블사업자를 겨냥한 ‘선전포고’다.

SBC는 이를 통해 3위 타임워너와의 격차를 벌리고 1위 컴캐스트를 바짝 뒤쫒는다는 계획이다. 에드워드 하이테커 SBC CEO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케이블사업자와 경쟁하려면 시장점유가 꼭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같은 유선사업자인 버라이즌은 SBC의 저가 공세를 비난했다. 이반 사이든버그 CEO는 새 가입자보다는 기존의 우량고객을 저가 가입자로 이전시키는 ‘위험한 불장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도 “소비자가 요금에 그렇게 민감하게 반영할 지는 미지수”라고 회의적인 시각을 보냈다.

SBC는 그러나 전체 시장의 절반이 DSL이 아닌 ‘다이얼업’ 사용자라는 점을 강조하며, 승산을 자신했다. 마진 축소 우려에는 온라인 가입을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SBC가 이번에 인하한 상품은 야후와 공동 마케팅하는 DSL로 온라인 가입과 1년 사용을 전제로 했다.

컴캐스트,타임워너 등 케이블사업자들은 자체 포털도 갖지 않은 SBC로선 영업에 한계가 있다고 폄하하면서도 시장 잠식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선 요금 인하를 신중히 검토중이다. 버라이즌도 어떤 형태로든 요금 경쟁에 가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케이블사업자, 전화 시장 역공=케이블사업자들은 되레 전화요금 인하를 추진중이다.

타임워너와 컴캐스트는 인터넷전화(VoIP) 요금을 유선사업자의 전화요금에 비해 싼 월 25달러에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인터넷전화에 관심있는 많은 케이블가입자를 전화사업자의 저가 유혹에 넘어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가 뚜렷하다. 유선사업자의 주력 매출원인 전화 시장을 건드려 행동 반경을 좁힌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유선사업자들은 전화 사업의 수익성 악화를 타개하기 위해 초고속인터넷과 방송 쪽으로 탈출구를 찾는 데 케이블사업자가 이를 치고 나오면 움추러들수 밖에 없다.

SBC의 초고속인터넷 저가 공세가 촉발한 전면전은 케이블사업자에 일단 유리하다.

통신사업자의 IPTV 사업 절차 간소화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마당에 케이블사업자가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전화를 한데 묶은 이른바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에는 우위에 있기 때문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유선사업자도 초고속인터넷 저가 공세는 물론 하반기 방송사업에 승부수를 걸었다. 양 진영의 전쟁은 갈수록 격화할 수 밖에 없지만, 요금 인하는 물론 선택 폭도 넓어진 소비자들은 이 전쟁을 기꺼이 즐긴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