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의 뒤를 이어 우리나라의 차세대 먹거리가 될 핵심산업이다. 이런가운데 방송 콘텐츠는 본격적인 방송통신융합 시대를 앞두고 DMB, 와이브로, IPTV 등 다양한 신규매체와 만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이에 전자신문은 방송콘텐츠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고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 방향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지난 27일 문화관광부에서 정동채장관과 각계전문가들을 초청한 좌담회를 마련했다.
★참석자 :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김승수 이관희 프로덕션 대표
심상민:호소대 디지털비즈니스학부 교수
이종무: ABA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김주영 방송작가협회 이사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디지털문화부장
◇사회(서현진 전자신문 디지털문화부장)=정부차원에서 콘텐츠산업의 육성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외주전문채널 설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늘 좌담회는 갈수록 그 중요성과 의미가 커지고 있는 콘텐츠산업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외주전문채널이 과연 그 대안이 될수 있는가를 심도 있게 논의해보겠다. 우선 방송통신융합시대에 콘텐츠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부터 살펴보자.
◇심상민(호서대 교수)=방송 콘텐츠가 그동안 중추적인 역할을 많이 했지만 기술적으로는 한 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고정형’이라는 한계가, 내용적으로는 ‘공영성’이라는 제약이 있었다. 방송통신융합시대의 콘텐츠 활성화는 이같은 한계를 깨뜨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그런점에서 콘텐츠가 본격적인 비즈니스영역으로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김승수(이관희 프로덕션 대표)=2년 전만 해도 ‘다모’와 같은 대작 드라마는 지상파방송에서 제작됐지만 지금은 50∼70%이상을 외주제작에 의존할 정도로 외주제작 비중이 커졌다. 문제는 저작권의 90% 이상을 지상파 방송사에서 갖고 있어 외주제작사의 수익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정동채(문화관광부 장관)=DMB·와이브로·IPTV 등 다양한 플랫폼이 생기면서 수년 내에 280개 채널에 73만 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전망보고서를 봤다. 하지만, 엄청난 IT인프라에도 불구하고 우리 콘텐츠 유통시장은 매우 열악하다. 외주채널 설립이나 문화산업 모태펀드 조성 노력들은 모두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이다. 고무적인 것은 최근에 있었던 기금정리토론회에서 대통령께 기금운영위원회에 문화산업계 인사들이 많이 참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했더니 아예 문화산업 소위원회를 만들라는 뜻밖의 대답을 하셨다.
◇김승수=방송사가 외주제작사에 투입하는 비용과 실제 비용은 큰 차이가 있다. 현재 방송사는 직접비용 외에 15%∼20%의 간접비용만을 주는데 외주제작사가 필요한 실제 비용은 두 배 이상이다. 이 때문에 저작권 문제는 반드시 해결돼야한다.
◇이종무(엔터테인먼트 전문 변호사)=저작권 미확보로 발생하는 외주제작사들의 고충이 많다. 드라마 ‘올인’을 제작한 외주제작사는 드라마가 엄청나게 성공했음에도 6억 원의 적자가 났다. ‘겨울연가’도 일본에서 2조3000억 원의 경제적 효과가 창출됐지만 국내 관계사들의 수익은 한참 못 미친다. 그 이유는 다양한 문화상품의 가능성에 대해 고민하는 제작사와 달리 저작권을 가진 방송사는 이를 방치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동채=정확한 지적이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뭐가 번다’는 말도 있지 않나. 모태펀드를 통해 이같은 모순을 바로잡겠다.
◇사회=본격적으로 정책적인 문제를 짚어보자.
◇심상민=방송은 기본적으로 창작 산업이고 저작권 산업인데 방송사가 과다하게 가져가는 지배구조 하에서는 아티스트가 정당한 값을 받지 못하고 의욕도 줄어든다. 정부는 이같은 왜곡을 막을 필요가 있다. 외주채널은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것이다. 외주채널이 힘의 불균형을 해결하자는 것이라면 적극적으로 해야한다.
◇김주영(방송작가협회 이사)=콘텐츠 산업에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다. 한류가 빛을 보는 것은 80∼90년대에 키운 인력이 이룬 성과다. 하지만 미래는 어둡다. 외주제작사 상황이 워낙 안 좋다. 외주제작사의 사람들은 당장 35살 정도가 되면 다른 일을 찾아야한다. 우수 인력은 계속 줄고 있다.
◇정동채=문화산업 인력의 80%는 단순인력이다. 그래서 KAIST와 함께 전문인력을 키우는 CT대학원을 9월부터 운영한다.
◇김주영=인력풀을 넓게 형성해서 경쟁력 있는 사람들을 만들어야한다. 외주채널은 거대한 인력풀을 키우고 운영하는 터전이 될수 있을것으로 기대된다.
◇사회=기획이나 스탭 외에 ‘스타’들을 키우는 스타시스템에 대한 문제점도 짚어보자. 최근에는 ‘웃찾사’와 같은 사건도 발생했다.
◇이종무=기획사들은 기본적으로 매니지먼트가 돈을 못 번다는 인식이 있다. 매니지먼트로 돈을 못 버니 공동 제작사로 명함을 내놓으려고 한다. 부업을 하려는 것이다. 그러면 콘텐츠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업수준으로 만든 콘텐츠가 제대로 될 턱이 있나.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 기획사가 본연의 목적을 하도록 펀드와 인력을 지원해야한다.
◇김주영=방송사 내 영상사업단이나 미디어센터에서 해외진출을 시도하고 있는데 그야말로 보따리 장사 수준이다. 유통전문가가 없다는 얘기다. 밉TV 같은 전시회 가서 조금씩 파는 정도지, 전문적인 매니지먼트로 해외에 대량으로 파는 건 힘들다.
◇심상민=방송사의 현재 경영 시스템으로는 힘들다. 방송사도 분명히 기업인데 인식은 공공기관이라는 쪽으로 많이 치우쳐있다. 미국의 시카고 트리뷴은 100년 전부터 신디케이션 회사를 운영해왔다. DVD와 같은 다양한 문화상품을 만들어 팔면서 스스로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개입해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
◇사회=그렇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야하는가.
◇심상민=무엇보다도 방송 콘텐츠의 병목구간을 없애야 한다. 콘텐츠 제작 인프라는 엄청난데 이를 보여줄 채널이 너무 부족하다. 외주채널이나 DMB, IP TV 등이 대안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기술적으로만 접근한다면 문화적 다양성을 살리는 고품질 콘텐츠가 나오기 힘들다. 콘텐츠의 질적인 면이 사회에 끼치는 파급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다양한 문제를 예상해 마스터플랜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외주채널이 대안이 될수 있다는 뜻인가.
◇김승수= 현재 독립제작사에 있는 PD 중에는 실력자들이 많은데 그들이 돈을 못 번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런 부분은 외주채널만이 해결할 수 있다. 물론 방법론적으로 보면 추진주체를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지만 법적으로 규정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서 결국엔 방송 콘텐츠 산업 육성에 어떤 도움이 될지 잘 판단했으면 한다.
◇심상민=프랑스나 EU에서는 실제로 실용예술에 대한 국가적 지원이 존재한다. CT대학원 설립은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다만, 기획·제작 전문가 외에 문화엘리트 육성도 고민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초 엘리트들이 하버드대학에 안 가고 영화를 배운다.
◇이종무=외주채널이 원소스멀티채널로서가 아니라 방송사들의 경직된 부분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조직이 된다면 구조개혁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김주영=외주채널의 필요성을 널리 알리는게 중요하다. 외주채널이 어떤 방향으로 가는지 잘 몰라 지지해야할지 여부도 잘 모르고 있는 형국이다. 기존 지상파와 외주채널의 역할 분담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사회=문화부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가.
◇정동채=문화부는 방송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외주전문채널을 설립하려는 것이다.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광고시장의 파이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지만 외주채널에는 지상파 방송에 광고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의 광고를 받을 것이다. 문화부는 방송영상정책을 수립·집행하고 방송위원회는 설립 허가를 해주면 간단한 문제다. 다행히 외주채널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오해는 많이 불식되고 있는 것 같다. 방송위와도 정책협의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다. 오는 10월까지 방침을 확정해서 제대로 추진하겠다. 오늘 나온 의견은 향후 정책추진에 적극 반영하겠다.
◇사회=의미있는 좌담이었다. 오늘 토론 내용이 정책으로 반영돼 ‘문화콘텐츠 코리아’로 가는 계기가 마련됐으면 한다.
정리=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사진: 방송콘텐츠 활성화를 위한 정책 좌담회가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각 부문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27일 문화관광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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