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 국민스포츠로 급부상

통상 리그로 표현되는 각종 온-오프라인 게임 대회가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참여와 열기로 갈수록 뜨겁다. 과거 몇몇 게임 고수들만이 참가해 뭇 게이머들의 부러운 시선을 받으며 선망의 기술을 선보이던 게임 대회가 어느새 다수 일반인들의 참여와 열기 속에 대중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잠실에 사는 김성돈씨(38)씨는 요즘 퇴근 후 집에 오면 아들과 함께 ‘카트라이더’를 하느라 바쁘다. 아들의 성화도 그렇지만 다가오는 어린이날 가족과 함께 하는 ‘카트라이더 해피 패밀리 대전’에 참가 신청서를 넣어놨기 때문에 스스로도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은섭이가 하도 빠져있기에 무슨 게임인가 하고 지켜보다가 저까지 하게 됐네요. 평소에 아빠로서 해준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대회에서 좋은 추억거리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주중에는 두번, 주말에는 시간이 허락하는대로 일명 ‘카트의 날’로 약속한 김씨는 “가끔씩 야외로 놀러가는 것 외에는 아들 녀석과 할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카트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2학년생 고준영군(17)은 자칭 길거리 농구마니아다. 방과후 틈만나면 친구들과 짝을 이뤄 고수부지나 아파트 단지 등을 돌아다니며 시합을 벌인다. 고군은 보다 큰 대회에 나가 멋지게 슛을 성공시키며 박수를 받는 꿈을 꾸곤한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하다. 스스로 생각해도 그렇고 남이 봐서도 그렇단다.

고군의 꿈은 ‘프리스타일’ 게임 리그를 통해 이뤄졌다. 온라인 상에서 만난 친구와 팀을 이뤄 리그에 참여했고 실제로는 꿈도 꾸지 못할 ‘원핸드 덩크슛’을 터트리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썩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지만 그는 다음에 열릴 대회 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리그로 불리는 각종 게임 대회가 일반인들의 폭발적인 참여와 열기로 갈수록 뜨겁다. 과거 몇몇 게임 고수들이 참석해 뭇 게이머들의 부러운 시선 속에 선망의 기술을 선보이던 대회는 이제 일반인들도 얼마든지 참여할 수 있는 대중 문화의 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전반적으로 종목별 게임 리그가 크게 늘어난 것도 이유지만 무엇보다 조작이 쉽고 레벨 차이가 크게 나지 않는 캐주얼 게임이 대량 등장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지난달 열린 ‘카트라이더 팀 최강전’ 예선에는 무려 1000개팀 이상에 5000명 가량의 카트 유저가 몰렸다. 한팀에 4명씩으로 본선 진출팀 64개를 가리는데 있어 경쟁률만 20대 1에 육박했다.

대회는 참가 인원 뿐 아니라 팀 구성 면면에서 화제를 모았다. 중학생이 주장으로 동네 형들을 이끌고 참가한 팀부터 부부와 아들 2명이 한팀을 이룬 경우도 있다. 본선에 오른 ‘치우천왕’팀은 축구 국가대표팀 서포터스인 ‘붉은악마’ 소속으로 “획득 상금 전부를 서포터 활동 경비로 사용하기 위해 나왔다”는 다부진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여고 동기생 4명이 한팀을 이뤄 참가한 사례도 재미있다. 김민정 양(22)은 “졸업 후에도 자주 만나 함께 놀러다니곤 했는데 뭔가 새롭고 기억에 오래 남을 만한 추억거리를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 모두 할 수 있는 것 중에 게임이 있었고 대회에 나가보자는 데에 생각이 모아졌다”고 말했다.

피파 게임리그 본선 진출자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박정웅씨(37). 그는 “오랫동안 축구 게임을 즐겨왔는데 최근 더 나이를 먹기전에 한번 쯤 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은 욕심이 생겨 참가하게 됐다”고 말했다.해마다 일반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리그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한국e스포츠 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크고 작은 게임대회수는 200여개에 상금 규모만 50억원에 이른다. 지역별 또는 개별 PC방 단위의 소규모 게임 대회까지 합하면 그 수는 500여개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하루에 하나 이상의 게임대회가 열리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게임대회의 시작과 끝에는 늘 재미난 이야기거리가 뒤따른다. “거 쌍둥이팀 있잖아, 어쩜 그렇게 생긴 것 처럼 똑 같이 잘하냐…”, “애는 잘하던데 아빠가 너무 못하더군”, “다음번에는 형제팀, 자매팀, 부녀팀, 모자팀으로 나눠서 해 봅시다.” 등 대회 참여 선수와 주최측, 그리고 구경군까지 합세해 갖가지 화제를 낳는다.

‘광안리 10만 운집’이라는 기록을 남긴 ‘스타크래프트’ 게임리그가 집과 PC방에서 즐기던 게임문화를 마치 오프라인 스포츠처럼 구경하는 광장문화로 끌어올렸다면 최근 등장한 ‘팡야’, ‘카트라이더’, ‘프리스타일’ 등 다수 캐주얼 게임은 보는 게임대회를 다시 참여하는 게임 대회로 확대한 장본인이다.

온라인 게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다. 비디오 게임은 온라인 기능이 결합되면서 새로운 비디오 게임 리그를 만들어가고 있다. ‘위닝일레븐’을 이용한 위닝일레븐 리그는 국내 프로리그 못지않은 인기와 열기 속에 치러진다. 일산, 분당 등 지역을 연고로 결성된 팀들은 일년에 수차례씩 비디오 게임방을 순회하며 대회를 연다. 지난해 SCEK가 개최한 소콤2 대회에는 3000명의 소콤 마니아가 몰렸다. 새로 출시되는 비디오 게임의 경우 조금만 인기가 높아질세면 바로 대회로 이어진다.

모바일 게임도 예외일 수 없다. 다운로드 100만건을 넘어선 ‘동전쌓기’ 게임이 전국대회를 개최하자 온라인 예선에만 수천명이 몰렸고 동전쌓기 대회는 모바일 게임의 대표적인 게임리그로 자리잡았다.참여하는 게임대회의 확산은 유저의 욕구와 게임 개발 및 유통사의 이해, 그리고 정부 및 게임 단체의 정책 방향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온라인 게임문화와 e스포츠의 성장 및 확대 발전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국내 온라인 게임의 확산과 동반 성장한 게임 길드는 이미 게이머 사이에 가장 끈끈한 조직으로 자리잡았다. 비디오 게임의 클랜 역시 마찮가지다. “동창회에는 못 나가도 길드모임에는 반드시 간다.” 팡야 30∼40대 게이머들의 모임인 ‘3040’ 길드 회원의 얘기다. 여기서 길드마다 내세운 공통된 목적이 있다면 ‘전국적인 길드 대항전에서 우승’이다.

대전 게임에서 길드는 곧바로 팀으로 이어지고, 빼어난 실력의 길원을 선발해 대회에 내보내기도 하지만 별도로 의기투합한 길원끼리 팀을 조직해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참여하는 게임 대회 확산은 바로 또 다른 길드 문화의 연장이기도 하다. 경쟁이 붙고, 이겨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길드를 만들기 위해 길원들은 단합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활동한다.

동시에 국내 e스포츠는 ‘스타크래프트’를 정점으로 참여하는 e스포츠로 탈바꿈하고 있다. 캐주얼 게임이 속속 e스포츠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고, 게임 올림픽 ‘월드사이버게임즈(WCG)’는 보다 많은 게이머가 참여할 수 있도록 게임 종목의 대폭 확대를 선언했다. 한국 e스포츠협회 정명곤 국장은 “가족이 됐든 친구가 됐는 팀 단위 참여를 통해 화합과 결속을 다질 수 있고 그 속에서 또 다른 재미와 의미를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최근 게임대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닌 여럿이 답답한 실내를 벗어나 실외로, 나아가 게임 자체에서 재미를 찾던 것에서 게임을 통해 의미를 찾는 새로운 참여 게임 문화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임동식기자 임동식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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