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 중 하나가 저예요. 노력도 계획했던 것보다 많이 못하는 것 같고요. 하지만 정말 꾸준히 연습하고 있어요.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습이 최고라고 생각해요.”
지난달 25일 부천 ‘아인스월드’에서 드라마 ‘열여덟 스물아홉’의 마지막 촬영이 있었다. 엔딩씬은 항상 아쉬움이 동반돼 촬영장 분위기는 처지기 마련인데, 이날 박은혜는 어느 때보다 활기찬 느낌이다. 아마도 그의 연기 생활에 새로운 전기로 작용할 해외 드라마 촬영이 조만간 시작되기 때문인가 보다.
드라마와 CF활동, MC까지 맡아가며 무척이나 바쁜 스케줄이었지만 과거 ‘대장금’ 속 ‘연생이’처럼 하늘이 도와준 것일까. 얼마전 홍콩 드라마에 캐스팅돼 팔자에 없던 중국어 공부까지 하게 됐다. “아마도 3개월 이상 대만에 가서 촬영해야 할 것 같아요. 다행히 시간이 잘 맞아서 드라마 다 끝내고 한 달 후에 촬영에 들어가요. 이제 공부할 시간은 충분하죠.”
밝은 얼굴로 수더분하게 얘기하는 모습이 차분한 듯 수줍은 느낌의 ‘연생이’하고는 딴판이다. 아니나 다를까. “연생이요? 저하고는 좀 다르지만 나쁜 성격은 아니죠. 저는 속에 담아두지 않고 그때그때 얘기하고 잊어버려요. 불편한 관계가 싫어서 먼저 다가가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눈에 띄지 않게 다소곳이, 어찌보면 굴절없이 스타의 길로 접어든듯 보였지만 의외로 힘들었던 기억이 많고 그래서 또 한번 연생이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사람들이 나에 대해 많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 가장 힘들어요. 누구나 겪어봤을 거얘요. 학창시절이나 사회생활 때 누군가의 오해를 받아본 경험 말이죠. 그런 심정보다 100배는 더 아파요.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이기 때문이죠. 내가 이런말 들으려고 열심히 여기까지 왔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아니땐 굴뚝에서도 연기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는 것도 느꼈어요.” 가만히 들어보니 오해와 시기를 한 몸에 받은 대장금 속 ‘연생’이 그대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내편이 많다는것을 느꼈을 때가 가장 기쁘고 보람되죠. 그래서 포기하지 않고 일할 수 있어요. 호호.” 오호라, 그런 오해를 딛고 일어선 결론 부분까지 연생이의 삶이었다.
그의 목표는 꾸준하게 열심히 연기하는 텔런트, 천천히 실력을 쌓아가면서 언젠가는 남들이 알아주는 연기자가 되는 것이다. 이것도 연생이와 닮았다. “어떤 역이든 다 좋지만 당분간은 착하고 여성스런 역할을 하고 싶어요. 가끔 정신병을 앓고 있는 환자나 코믹한 캐릭터도 하고 싶지만 아직은 이른듯 하고요. 그래서 많은 역할을 섭렵하고 오랫동안 꾸준히 사랑받는 연기를 보여주는 대선배님들이 존경스럽습니다.”
그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몇가지 사실을 알게 됐다. 먼저 데뷔 초부터 대장금 출연 때까지 쇼프로나 오락프로에 거의 나가지 않았다. 나갔다면 대부분 영화 홍보 때문이다. “진정한 연기자가 되고 싶었기에 일부러 피했어요. 자꾸 오락프로에 모습을 보이면 제 자신을 너무 한 번에 다 보여주는 것 같아서 연기자 이미지와는 멀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빨리 알려지고 금새 스타가 되는 것보다는 연기자로 오래 남고 싶어요. 솔직히 성격에도 잘 맞지 않고요.”
또 하나 고스톱 게임을 잘한다는 사실이다. “가끔씩 고스톱을 쳐요. 그런데 몇번 잃으면 무서워서 나와버리고, 많이 따다가도 더 하다가 잃을까봐 그만하죠. 저는 안전한걸 좋아하거든요.” 갬블 게임에서 따는 방법을 선천적으로 알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의 이상형은 아직까지 말 그대로 이상적이다. “일단 저랑 취미가 같고, 생각이 비슷하며 대화가 잘 되는 사람이 좋아요.” 여기서 끝날 줄 알았다. 그런데 “무엇보다 한결같이 나를 생각해주고 마치 자기아이처럼 걱정해줘서 내가 힘들 때 기댈수 있는 사람이면 더 좋지요”라고 말한다. 한 수 더떠 “내가 배우고 존경할 수 있는 그 어떤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금상첨화겠네요.” 또 한번 왕의 총애를 입은 연생이의 인생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임동식기자 @전자신문, dslim@ 사진=한윤진기자@전자신문, pity>
많이 본 뉴스
-
1
스타링크 이어 원웹, 韓 온다…위성통신 시대 눈앞
-
2
단독CS, 서울지점 결국 '해산'...한국서 발 뺀다
-
3
LG 임직원만 쓰는 '챗엑사원' 써보니…결과 보여준 배경·이유까지 '술술'
-
4
美 마이크론 HBM3E 16단 양산 준비…차세대 HBM '韓 위협'
-
5
[전문]尹, 대국민 담화..“유혈 사태 막기 위해 응한다”
-
6
초경량 카나나 나노, 중형급 뺨치는 성능
-
7
'파산' 노스볼트,배터리 재활용 합작사 지분 전량 매각
-
8
NHN클라우드, 클라우드 자격증 내놨다···시장 주도권 경쟁 가열
-
9
BYD, 전기차 4종 판매 확정…아토3 3190만원·씰 4290만원·돌핀 2600만원·시라이언7 4490만원
-
10
DS단석, 'HVO PTU 생산' SAF 원료 美 수출 임박…유럽 진출 호재 기대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