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어의 법칙 40주년

“무어의 법칙을 당분간 업그레이드할 생각은 없습니다. 언젠가는 한계에 부딪히겠지만 이 법칙을 지키기 위한 엔지니어와 과학자의 노력으로 적어도 앞으로 10∼20년간은 유지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무어의 법칙’ 주창자이자 인텔 창업자인 고든 무어 명예회장(74)이 무어의 법칙 40주년을 맞아 본지와 전화 인터뷰를 가졌다. 무어 회장은 세계적인 휴양지인 미국 하와이에서, 기자는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회의실에서 원격으로 대화를 나눴다.

 ‘메모리의 집적도가 1년 만에 두 배가 된다’는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의 법칙에 대해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무어 회장은 ‘황의 법칙’이 무어의 법칙 내에서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그는 “그동안 대체로 20개월마다 두 배의 성장을 이뤘고 중간 중간 급격한 성장 시기가 있었다”며 “최근의 추세와 같이 기술이 빨리 발전하는 것을 보면 자신 역시 놀랍다”고 말했다.

 무어 회장은 40년 전 운 좋게도 먼저 반도체의 트렌드를 읽었고, 이를 ‘일렉트로닉스 매거진’에 기고했을 뿐이며 자신이 이 법칙을 짚어내지 않았더라도 기술의 흐름은 지금같이 이어져 왔을 것이라고 겸손하게 말했다.

 “당시에 집적도의 증가에 대한 예측을 내놓으면서 이렇게까지 정확할 줄은 몰랐습니다. 우연하게도 정확히 맞아떨어진 것입니다.”

 무어의 법칙은 무어 회장이 지난 75년 ‘1년마다 집적도가 두 배 성장한다’에서 ‘2년마다 두 배 성장한다’로 한 차례 수정한 뒤 30년간 정확하게 적용됐다. 그는 앞으로는 PC 이외에 홈네트워크, 모바일 등 새로운 시장에서 반도체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고, 이러한 추세가 법칙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디지털 홈 플랫폼에서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고 있으며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봅니다. 그리고 기존 반도체 시장에서도 칩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업계의 성장을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그는 컴퓨팅 파워의 증가로 인해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자신했다. 무어 회장은 “신종 애플리케이션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전자기기가 단순한 음성인식을 넘어 맥락까지 이해하는 인텔리전트 환경을 만들 것이고 소비자 삶에 큰 변화를 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중앙처리장치(CPU)가 새로운 세계를 만나면서 무어의 법칙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무어는 주장했다. 무어의 법칙이 과거에도 여러 번 기술적 장벽으로 성장 추세를 멈출 뻔했지만,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이를 해결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원자 차원에서 접근하기도 하고, 3개의 게이트를 가진 3차원 트랜지스터에 대해서 고민도 하는 등 대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분간 무어의 법칙은 유효하며 변경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무어 회장은 무어의 법칙 40주년을 맞아 자신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줘서 기쁘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현재 퇴직해서 여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있지만 아내는 자신이 아직도 바쁘다고 불평을 늘어 놓는다”며 “여러 조직에서 멤버로 활동하고 있어 바쁜 것이 사실이며 이렇게 사는 것에 대해 특별히 아쉬움은 없다”고 말했다.

  김규태기자@전자신문, star@

◆무어의 법칙이란

 인텔의 창업자인 고든 무어 회장은 페어차일드의 연구개발(R&D) 센터장 시절인 지난 65년 4월 19일 일렉트로닉스 매거진에 단일 칩상의 트랜지스터 숫자가 해마다 두 배씩 증가하지만 그에 따르는 비용은 감소할 것이라는 내용의 글을 발표했다.

 이후 ‘무어의 법칙’으로 알려진 이 예측은 ‘네트워크의 영향력은 접속되는 컴퓨터수에 비례해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메트칼프의 법칙, ‘조직은 계속 거래비용이 적게 드는 쪽으로 변화한다’는 가치사슬을 지배하는 법칙과 함께 인터넷 경제 3원칙으로 불린다.

 지난 75년 무어 회장은 칩에 집적되는 트랜지스터는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고 자신의 예측을 수정했으며, 이는 현재까지 사실로 입증됐다. 일반적으로 무어의 법칙은 18개월마다 칩의 집적도가 2배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어 회장은 18개월이 아니라 2년으로 규정했다.

 인텔은 자사의 상징처럼 받아들여지는 무어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원자외선 리소그라피를 개발하는 등 미세 공정 기술을 발전시키기도 했다. 칩과 PC 성능의 동반 발전을 위해 64비트, 멀티코어 전략을 짜내는 등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인텔은 최근 무어의 법칙 40주년을 기념, ‘무어의 법칙’이 게재됐던 ‘일렉트로닉스 매거진’을 1만 달러에 매입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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