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F온라인’하다 결혼한 당수쟁이-퍼플

부산과 인천. ‘천리 길’을 오고 가며 백년가약을 맺은 커플이 있다. 그것도 서로 얼굴을 확인한 지 불과 두 달만에 일사천리로 거사가 성사됐다. 남자는 제과점을 운영했고, 여자는 남자보다 2살 많은 연상이었다.

드라마 속에서나 나올법 한 이 이야기는 온라인게임 ‘RF온라인’이 만들어낸 러브스토리다. ‘RF온라인’ 5서버의 당수쟁이(정재열·33세)와 퍼플(이희정·35세)이 바로 그 주연배우다.

# 운명의 크리스마스

이들의 운명적인 만남은 지난해 12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길드원이 부산에서 정모를 가지면서부터다. ‘CLASSIC’ 길드에서 활동 중인 두 사람은 2개월전 게임속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다.

당수쟁이는 방어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길드원들에 도움을 청했고, 이 때 나타난 ‘백장미’가 바로 퍼플이었던 것. 퍼플이라는 아이디 자체에 호감을 가졌던 당수쟁이는 친절하게 게임을 도와주는 퍼플에 더욱 끌려들기 시작했다.

“퍼플이 부담스러워할까 조심스러웠어요. 그래서 아주 천천히 호감을 표시하는 방법으로 ‘작업’에 돌입했죠.”

정모에서도 퍼플은 당수쟁이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인천 아가씨 퍼플은 온라인상에서 길드원들을 다정히 챙기듯 모습 그대로 상냥하고 친절했기 때문이다.

# 만난지 2달 만에 결혼

그 때부터 당수쟁이의 작업은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부산 사나이 특유의 화끈한 기질이 더욱 ‘가속페달’을 밟아댔다. 물론 윤활유 역할은 ‘RF온라인’이 맡았다. 두사람의 ‘RF온라인’ 접속시간은 나날이 늘어갔다. 그리고 게임 속 대화는 전화로, 전화는 실제 데이트로 바뀌어갔다.

“부캐릭터를 키울 때 늘 당수쟁이가 함께 사냥을 해줬어요. ‘RF온라인’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크리스탈 쟁탈전에서도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좋은 길드원 정도로 생각했는데 게임과 전화, 그리고 데이트 회수가 늘어나면서 자꾸 당수쟁이가 그리워지는 것을 어쩔 수 없었어요.”

결국 이들은 만난지 꼭 두달째 되는 2005년 1월31일 화촉을 밝혔다. 다소 빠른감이 없지 않았지만, ‘RF온라인’으로 확인한 사랑 하나만으로 거칠 것이 없었다.

신접살림은 당수쟁이의 고향 부산에 차렸다. 당수쟁이가 혼자 운영하던 부산 수영의 조그만 제과점은 이제 일과 사랑, 재미가 가득한 공간으로 바뀌었다.

빵을 만들기 위한 각종 도구들이 즐비한 제과점 한 귀퉁이에는 PC도 한 자리를 차지했다. 새내기 부부들은 아무리 바빠도 하루 4시간은 ‘RF온라인’에 접속하기 때문이다.

“여전히 남편이 저보다 레벨이 낮아요. 제가 40레벨인데, 남편은 37레벨이에요. 결혼을 하고도 게임은 제가 계속 가르쳐야 하는 처지라니까요. 호호호.”

# 사이버 결혼식 덕분에 유명세

이들의 러브스토리가 알려지면서 이들은 ‘RF온라인’속에서 다시한번 사이버 결혼식을 치렀다. 게임운영자(GM)가 주례를 맡았고,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던 길드원과 다양한 유저들이 하객으로 결혼을 축하했다. ‘RF온라인’이 지난해 정식 서비스를 한 뒤 처음 벌어지는 광경이었다.

“사이버 결혼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저희들을 알아보곤 해요. 저희를 알아보면 약간 쑥스럽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해요. 결혼을 하지 않은 젊은 친구들 가운데는 어떻게 게임을 통해 결혼에 골인할 수 있는지 궁금해하곤 해요. 그 때마다 저희들은 이렇게 대답하죠. 비록 독수리 타법이라도 도움을 청하는 게이머들의 요청에 정성을 다해 답하라고요. 그리고 많은 대화를 나누다 보면 최상의 인연을 만날 수도 있다고요.”

퍼플은 신랑이 ‘RF온라인’속에 등장하는 몬스터 ‘광남이’를 닮았다며 크게 웃었다. 그런 신부를 보며 당수쟁이는 RF온라인 최고의 미녀 몬스터 칼리아나 프린세스를 닮지 않았냐고 맞장구를 쳤다. ‘닭살커플’이라는 주위의 시기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

“ ‘RF온라인’이 우리를 중매한 것이나 마찬가지에요. 우리 커플이 영원하듯 ‘RF온라인’도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빵내음 만큼이나 고소한 신혼부부 당수쟁이와 퍼플은 영원한 ‘RF마니아’가 될 것도 다짐했다.

<장지영기자 장지영기자@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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