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家)의 최저가 낙찰에 협력 업체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KT와 KTF가 올들어 잇따라 추진중인 유무선 통신장비 입찰 프로젝트에서 최저가 낙찰제를 남발,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최소한의 생존 여력도 주지 않고 있는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 같은 일련의 최저가 낙찰제 남발은 지난해부터 이용경 사장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종합평가제 등 입찰제도 개선과도 정면 배치하는 상황이라, KT그룹을 놓고 업계에서는 ‘겉과 속이 따로 조직’이라는 비판도 일고 있다. 민영화 이후 저비용 고효율 구조를 강조하며 이익 창출을 최우선시하는 상황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지만, 최근 상황은 해도 너무 한다는 게 KT그룹에 장비를 납품하는 협력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무조건 최저가(?)=올들어 실시되고 있는 KT와 KTF의 장비 발주는 대부분 최저가 낙찰제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문제가 됐던 700석 규모의 대형 콜센터(미납센터) 구축사업이 대표적. 기존 입찰 관행과는 달리 사전 정보·입찰제안서 접수 및 시험평가테스트(BMT) 없이 최저가 입찰을 추진, 구조상 제살깎이 경쟁이 불가피한 관련 업계에 파장을 몰고 왔다. 30억 원규모로 알려진 이 사업은 당초 우려대로 우여곡절 끝에 21억9000만 원에 낙찰됐다.
이밖에도 현재 진행중인 코어 라우터, 신인증 3차, 인터넷전화(VoIP) 등도 BMT를 거치기는 하지만 서비스 개선 및 확충에 필요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 모두 최저가 입찰의 수순을 밟고 있다.
KTF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 KTF는 2·3G 통합 초소형 RF 중계기, 소형 RF 중계기, 대역 변환 중계기, 통합 인빌딩 중계기 등의 대부분의 중계기 확충 프로젝트에 최저가 낙찰제를 적용했다. 더 나아가 KTF는 이달 초 실시한 통합광중계기를 시작으로 모든 구매를 매건마다 최저가 입찰에 붙이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상태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올해에도 출혈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울며 겨자 먹기=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는 현 입찰구조에 장비업체들의 불만은 폭발직전이다.
중계기 업체 A사는 대당 생산원가가 14만 원인 소형 중계기를 KTF에 15만 원에 공급한다. 여기에는 공급업체가 제공해야 하는 수년간의 제품 유지·보수비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 비용이 대당 평균 5만 원 정도가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A사는 대당 4만 원씩 손해보는 셈이다.
최저가 입찰제의 폐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서비스 사업자들로부터 시작된 가격인하 압박은 중계기 업체를 거쳐 중계기 업체에 핵심부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로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
이동통신 중계기 업체에 RF 모듈을 납품하는 회사의 한 직원은 “중계기 가격이 급락하면서 중계기에 들어가는 모듈 역시 출혈판매가 불가피하다”고 볼멘소리하고 있다.
◇상생 노력 없으면 ‘공멸’=최저가 낙찰제 폐해는 그 동안 꾸준하게 제기됐다. 이 같은 요구를 반영, KT도 무조건적인 가격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종합입찰제’, ‘우수 협력업체 파트너제’ 등 지난해 말부터 추진해온 새로운 장비 구매 전략을 지난달 초 발표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구태가 계속되고 있다.
경쟁력있는 협력회사 육성이 곧 자사의 품질 경쟁력으로 이어진다는 진리는 이미 물건너간지 오래다.
중계기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중계기업체의 수익 구조를 보면 이 같은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며 “기본적으로 KT그룹은 협력사 육성을 통한 자체 경쟁력 제고라는 큰 그림을 못 보는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최정훈·홍기범기자@전자신문,jhchoi· kbh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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