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시장, 마이너의 반란 빅3 안부럽다

 ‘선발 주자 부럽지 않다’

 PC 시장에서 후발 브랜드의 입지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취약한 브랜드 이미지와 유통 채널, 뒤늦은 시장 진입, 뒤떨어지는 제품 라인업 등 산재한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후발 업체의 시장 점유율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오르고 있다. 이들 업체가 선보인 일부 모델은 시장에서 이미 ‘히트’ 대열에 오를 정도로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지난해 9월 국내 노트북PC 시장에 처녀 진출한 대만계 다국적 기업 ‘아수스테크’. 메인보드로 유명한 이 업체가 노트북PC를 처음 선보일 때만 해도 성공 여부는 미지수였다.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는 국내 노트북PC 시장에서 인지도가 낮은 ‘메이드 인 대만’ 제품이 비집고 들어갈 틈새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 업체는 진출 6개월 만인 지난달 처음으로 월 판매량 1000대를 돌파했다. 이는 선발 업체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규모지만 한 개 인터넷몰에만 독점 공급한 걸 따져보면 어떤 업체 못지않은 성과라는 평가다. 아수스는 이를 기반으로 제품 라인업을 8개로 확대하고 할인점과 전문점 등으로 유통 채널을 넓히고 공격 경영에 시동을 걸었다.

 캐빈 두 지사장은 “일부 모델은 재고가 바닥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며 “애프터서비스(AS)망을 크게 늘리고 직영 전시장과 대리점을 확대해 국내 노트북PC 시장의 10% 정도를 확보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일본에서 중저가 브랜드로 잘 알려진 소텍컴퓨터도 국내 시장에 연착륙했다. 삼보컴퓨터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 공급업체로 이미 국내에 ‘명함’을 내민 소텍은 진출 1년 만에 노트북PC로만 월 2500∼3000대를 팔아 치우고 있다. 한때는 일부 중견 브랜드의 판매 규모에 맞먹는 4000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저가 노트북PC 열풍에 맞물려 이 회사가 선보인 99만원대 노트북PC는 시쳇말로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 시장에 소개한 모델만 이미 15개를 넘어섰으며 185개 자체 대리점까지 확보했다. 최근에는 경기도 일산에 생산공장을 건립하고 데스크톱PC 시장에 진출했으며 ‘소텍’이라는 브랜드로 PC방 사업까지 벌이고 있다.

 김창식 소텍컴퓨터 사장은 “오히려 일본 본사에서 AS 등을 이유로 공급 물량과 모델 수를 조정할 정도”라며 “먼저 합리적인 가격이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고 여기에 중저가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타깃 마케팅이 주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소텍은 앞으로 이 같은 성과를 바탕으로 도선 기술 등을 기반으로 한 고급 브랜드의 라인업을 늘려 나갈 계획이다.

 국내 시장에는서 다소 생소한 독일 브랜드 ‘메디온’도 국내에 소개된 지 불과 2개월이지만 기대 이상의 반응에 깜짝 놀라고 있다. 유통 채널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메디온은 다소 취약한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이미 용산 등 전자상가와 할인점·인터넷몰 등을 중심으로 판매 채널 확보에 성공했다.

 메디온은 이달 20일경 홈플러스 12개 매장을 시작으로 109만원대 15인치형 보급형 제품을 주력으로 시장 개척에 나선다. 이어 12인치 대화면 고급형·14인치 대화면 고급과 보급형을 연이어 소개하고 오는 6월경에는 99만원대 노트북PC도 선보인다. 외산 브랜드로는 이례적으로 데스크톱PC도 준비중이다.

 황철현 한국메디온 사장은 “유럽 지역의 대표 브랜드지만 국내에서는 노트북PC 전문가조차 모를 정도로 인지도가 낮아 걱정을 많이 했다”며 “하지만 포스코 등 기업 시장에서 가격 대비 성능을 인정해 주고 입소문이 끊이지 않으면서 공격 마케팅을 위해 안정적인 유통망을 손쉽게 구축했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난해 6월 ‘늑대와여우’라는 브랜드로 뒤늦게 데스크톱PC 시장에 진출한 늑대와여우컴퓨터도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 초기 월 500대 수준에서 시작해 지금은 월 4000대 정도로 판매 수량이 올라갔다. 대리점 수도 550개까지 늘리는 등 데스크톱PC 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회사 이종권 사장은 “이미 PC는 한물 간 품목이라며 사업을 준비할 때만 해도 만류하는 사람이 많았다”면서 “초기 시장 진입은 다소 힘들었지만 틈새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판매 채널을 적절히 활용해 지금은 별다른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오히려 대리점 사장들이 찾아올 정도로 브랜드 인지도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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