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산 DMB장비가 없다니

 지상파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상용화를 앞두고 관련 장비나 칩 시장을 고스란히 외국 업체에 내줄 수 있다는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니 걱정이다. 이는 지상파 DMB 서비스 상용화를 선도하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 볼 때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우리나라 산업발전 과정에서 본의와는 달리 기술력이 뒤져 핵심 기술과 장비를 외산에 의존해야 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외산 의존은 곧 기술 종속과 국내 제조업의 공동화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대 사안이었다. 따라서 이번 지상파 DMB 장비와 칩의 외산 의존 문제도 대수롭게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후속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그동안 우리는 DMB 분야에서 세계 첫 상용화를 통해 해외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야심찬 전략을 수립, 추진해 왔다. 하지만 해당 장비나 칩을 외산에 의존할 경우 경기활성화나 기술발전, 해외시장 공략 등에서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수출을 한다 해도 별로 실속이 없을 것이다.

 이미 스웨덴 DAB 장비업체인 팩텀을 비롯해 영국 프런티어실리콘·레이디오스케이프, 프랑스 VDL·엔비비오, 독일 로데슈바르츠, 캐나다 UBS 등이 국내 지상파 DMB 상용화에 발맞춰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고 한다. 이 중 지상파 DMB용 오디오인코더·다중화시스템과 데이터방송용 헤드엔드 등은 이미 100% 시장 잠식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상파 DMB 방송국의 주요 장비는 비디오인코더를 제외하면 팩텀이 독주하고 있다. 국내 지상파 DMB 희망 사업자도 대부분 이 업체의 장비를 구입했으며, 비지상파 DMB 희망 사업자도 이 업체와 접촉중이라니 예삿일이 아니다.

 외국 업체들은 단말기 관련 업체도 공략하고 있다. 영국의 레이디오스케이프는 단말기 기술 개발용으로 오디오인코더와 다중화시스템, 데이터방송용 헨드엔드 등을 삼성전자·LG전자·ETRI 등에 공급했으며, 직교주파수분할다중화방식(OFDM) 모듈레이터는 캐나다 업체가 선점했다. RF칩과 베이스밴드를 출시한 프런티어실리콘을 비롯해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와 아트멜은 베이스밴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프런티어실리콘은 최근 삼성전자가 출시한 지상파 DMB폰에 RF칩과 베이스밴드칩을 공급했다고 한다.

 이 같은 현상은 국내 업체들이 이 분야의 장비를 개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송장비 분야는 인코더를 제외하면 해외 업체가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잘 아는 것처럼 DMB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시대를 예고하는 새로운 서비스이자 우리의 미래 성장산업이다. DMB는 2010년 총 1조4000억원의 서비스 시장과 1조3000억원의 단말기 시장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동수신에다 양방향 서비스를 할 수 있어 단말기, 관련 방송장비·시스템, 방송영상 콘텐츠 등의 연관 산업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DMB 장비·칩 시장을 외국 업체에 내줄 경우 우리가 세계 시장에서 절대적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 국내 업체의 장비나 칩 상용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세대 먹을거리도 자칫 실속이 없어질 것이다. 우리 경제성장이나 취업난 해소에도 별 도움이 안 된다.

 우리가 미래 DMB 시장에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해 새로운 통신·방송 융합시대를 선도하려면 기술과 장비분야에서도 앞서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국산화를 이룰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라도 기업들이 장비 국산화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최대한 이를 지원해야 한다. 아울러 DMB 분야의 기술 표준화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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