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개발과 인프라에 투자가 집중되고, AI를 통해 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AI기업, 정책, 금융이 주도해 모든 분야에서 AI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개인은 어떤가. AI기업에서 일하거나 AI기술을 개발하는 핵심 인력은 소수다. AI를 사업에 응용해도 수익내기 어렵다. 대다수는 AI주식에 투자해 일확천금을 노리거나 손실을 크게 볼까 걱정이다. 직장에선 일자리를 뺏기고 청년 취업문은 닫히고 있다. 그만큼 개인에겐 AI가 위기다. 이를 기회로 바꿀 순 없을까. 개인이 AI시대를 선도하는 '시민'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고대 그리스를 보자. 무역으로 부를 쌓은 개인이 정치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무기와 갑옷을 구입할 수 있는 개인의 발언권도 커졌다. 공동체의 주력인 시민이 되어 권리와 의무를 부담했다. 그러나 시민 자격을 자유민 남성에게만 주었다. 도시국가에 그친 이유다. 로마는 달랐다. 개방과 확장을 택했고 실력 있는 정복지 주민, 해방노예, 외국인도 시민으로 받아들여 제국으로 성장했다. 중세에 들어 개인은 교회와 영주의 지배를 받는 도시 거주자로 전락했지만, 르네상스 이후 상인, 제조업자, 금융업자, 전문직 등 중산층이 도시를 중심으로 경제, 문화를 주도하며 시민의 지위를 차지했다. 혁명을 통한 정치 참여로 재산권을 넘어 자유와 평등까지 누리는 주권자로 격상됐다. 제국주의, 전체주의가 시민을 억압할 땐 인류 보편의 자유와 권리를 내세우며 민주주의와 함께 했다. 역사는 시민이 역사적 개념의 결집체로서 경제적 토대를 축적한 뒤에, 관습과 불의를 힘과 정치로 극복하고, 권리와 의무의 법질서를 정립해, 글로벌 경제와 문화를 꽃피웠음을 증명한다.

AI시대는 어떤가. 형식으론 법에 의해 자유와 권리를 누리지만, 실질은 경제력 없이 생존이 어려운 첨단 자본주의 사회다. 그러니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산업을 키워야 한다거나 인권을 지켜야 한다는 등 추상적 개념으로 시민의 자격을 논할 수 없다. 국익을 위해 개인을 희생할 수도 없다. AI가 빈부격차, 일자리 박탈을 가속한다면, 민주와 법치에 의해 보호받는 개인은 가만있지 않는다. 법적 권리와 자유를 활용해 격렬하게 저항하거나 성과 재분배를 요구하고, 그 과정은 갈등, 분쟁, 퇴행의 연속이 된다. AI세금, 기본소득 등 인위적으로 재분배해도 절반의 대책에 불과하다. 개인이 소비자에 그치고 생산주체로 올라설 수 없다면 효율사회의 AI가 궁극에는 개인을 배제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적극적 생산 참여를 통해 AI산업에 올라탈 수 있는 경제창출 능력을 가진 개인만이 글로벌 AI시대의 시민으로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사실상 시민의 지위를 잃을 수 있다. AI시민의 육성을 통해 AI상품과 서비스 소비를 위한 구매력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AI 그 자체를 망치는 부메랑일 수 있다.
구체적 환경과 맥락에서 AI시대 시민의 조건을 찾아야 한다. 자본축적과 기술이 약한 개인이 스스로 성장하긴 어렵다. 개인이 법적 장치 뒤에 숨어 기득권을 지키는데 매몰돼선 안 되지만 닦달한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들이 사업기회를 찾아 수익창출 주체가 되도록 국가나 대기업의 AI를 지원해 퇴출을 막고 성장을 도와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 맞설 수 있는 실력배양, 개방성, 다양성, 창의혁신의 기술지원과 약자 배려, 공정성의 규범을 안정적으로 제공해야 AI시대 시민으로 우뚝 설 수 있지 않을까. 위험관리, 보안, 윤리, 준법의 안전망과 교육, 창업, 해외진출과 세제 완화 등 지원망도 필수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협동조합, 플랫폼을 통한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AI전환 등 약한 고리를 챙기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자본 중심을 넘어 사람과 규범 중심 환경과 그에 맞는 법, 제도를 조성하고 개인을 포섭해야 한다. 비로소 그들은 AI시대 시민의 자격에 다가서고 글로벌 AI생태계에서 세계가 지향하는 시민의 롤 모델로 거듭날 수 있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