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경제부활, 벤처기업에 달렸다.

지난해 말 정부는 ‘백약이 무효’인 우리 경제의 체력을 회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벤처 활성화 정책’을 내놓았다. 이 정책의 핵심은 바로 ‘벤처 생태계 회복’이다.

 벤처에 왜 ‘생태계’란 말을 붙였을까. 생태계란 영국의 A.G.탠슬리가 1935년에 제창한 용어로 자연에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인식하기 위해서는 상호 관계를 지닌 ‘생물과 무기적 환경을 하나로 통합해서 보아야 한다’는 개념이다.

 이처럼 벤처 생태계라는 표현은 우리가 일반 생태계에서 생물과 무기적 환경을 따로 떼어 놓지 않고 상호유기적인 관계로 파악하듯이 사회공간(자연공간이 아닌)에서의 벤처기업도 벤처창업, 고객, 투자자, 법률과 세무, 벤처캐피털,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무기적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에서 보아야 한다는 의미다.

 또한 ‘벤처 생태계 회복’이란 쉽게 말해 벤처기업이 생겨나고 성장하고 소멸하고 다시 태어나는 자연스러운 선순환 구조가 망가져 있으니 이를 다시 정상화하겠다는 것을 말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가능성 있는 기술혁신형 기업은 시장에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돕고, 부실한 기업은 시장에서 빨리 퇴출시키는 한편 다시 소생할 수 있는 기업(인)들의 부활을 돕겠다고 했다. 다시 말해 그동안 고장 나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벤처 생태계의 모든 기능을 정상화해 벤처기업이 우리 경제 회복의 주역이 되도록 한다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이다.

 특히 정부의 신벤처정책은 직접적인 지원에 무게를 두었던 과거의 벤처정책과는 달리 정부는 벤처 생태계가 잘 조성되도록 도움을 주는 데 집중하고 벤처산업 스스로 정화하는 역할을 하도록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물고기’를 예로 들어보면 과거에는 정부가 ‘벤처 생태계’라는 물고기를 해부해 허파·아가미·지느러미·비늘 등 기관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뒤 ‘물고기가 잘 살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식의 정책을 내놓았다면, 신벤처정책은 정부가 ‘해부한 물고기의 모든 기관을 다시 합쳐 놓아도 절대 살아 헤엄치는 물고기가 될 수 없다’는 점을 인지해 물의 수온을 조절하고 죽은 물고기를 제거하거나 먹이를 조사하는 등 물고기의 자체 생존력과 번식력이 증가하도록 하는 정책을 내놓은 것이다.

 벤처 선진국인 미국의 경우 세 번의 기술 붐과 관련되어 벤처기업들이 발전과 몰락을 거듭해 왔다. 미국 정부는 70년대 후반부터 80년대 초반의 PC 붐 시기,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의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붐 시기, 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 붐 시기라는 세 번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애플·MS·오라클·선마이크로시스템스·노벨 등 스타급 벤처를 배출해 실업문제 해결, 불황 타개, IT 강국으로서 미국의 기술 주도권 확립 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이처럼 미국 정부가 세 번의 성공과 실패를 겪으면서 벤처 생태계라는 큰 그림을 이해하고, 이를 국가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은 데 비해 우리 정부는 5년 전 단 한 번 벤처의 발전과 몰락을 경험하고 난 이후 이를 거울 삼아 ‘벤처 활성화 정책’이라는 성숙한 결론에 도달한 셈이다.

 정부가 벤처 생태계를 다시 정상궤도로 올려 놓아 불황 탈출, 일자리 창출 등의 난제를 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벤처 활성화를 기반으로 국내 경기 회복의 단초를 제공하는 좋은 기회를 얻겠다고 한 이 시점에서 공은 다시 벤처기업에 돌아왔다.

 정부가 벤처기업에 ‘벤처 활성화 정책’이라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었고, 우리 국민도 용기와 인내심 그리고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강한 벤처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하고 있다. 지금은 우리 벤처기업인이 아무리 힘들어도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반드시 이뤄내고야 말겠다는 강한 신념을 가져야 할 때다.

<백종진 한글과컴퓨터 사장(벤처기업협회 부회장) jjbaek@haansof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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