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선거`단계적으로 시행하자

선거관리위원회가 3월 ‘전자선거 추진협의회’를 공식 발족하고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본격적인 전자선거 준비에 착수키로 했다고 한다. 전자선거는 지금까지 오프라인에서 실시해온 국민의 권리행사를 온라인으로 변경하는 혁신적인 선거방식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정부는 전자정부의 주요 추진 과제에 전자선거제도를 포함시켰고 2008년 총선부터 전자선거를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선관위는 3월 국내 주요 정당과 전자선거 관련 산ㆍ학ㆍ연 등 인사 13명으로 구성된 ‘전자선거 추진협의회’를 공식 발족해 제도정비와 사회적 공감대 형성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자선거는 기존 선거행정과 방식을 바꾸는 일대 혁신 작업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고 본다. 하나는 사회적 합의이고 다른 하나는 전자선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시스템적으로 해소하는 일이다. 선관위는 이 두 가지를 무리 없이 모두 해결해야만 전자선거제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전자선거는 그 신속성과 편의성, 연관산업에 미치는 파급력 등을 고려할 때 사회에 미치는 파장이 엄청날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전자선거의 장점으로는 투표자의 편의성, 투표시 오류의 최소화, 선거결과에 대한 신속한 파악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노인과 장애자 등 기존에 투표소로 가기가 불편했던 사람들의 참여를 유도해 투표율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전자선거는 정부의 의지 못지않게 전자선거 법제화 추진이나 준비과정에서 다양한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따라서 정치권과 유권자 등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야 전자선거의 법제화도 원활하게 추진할 수 있고 추진체계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선관위가 주요 국가의 전자선거 추진 전략과 체계 비교를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것과 각계의 의렴을 수렴하는 일은 국민 합의의 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전자선거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신뢰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기기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신뢰성 확보와 투개표시 오류 근절, 부정개입 차단 등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마련해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 같은 신뢰성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투표나 개표 후 엄청난 사회적 불신과 분열, 정치 세력 간의 대립현상이 격화될 수 있다.

 우리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전자투표기를 개발했고 이미 2002년 지방선거에서 이를 부분적으로 도입한 적이 있다. 또 대통령 후보경선이나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도 부분적으로 사용한 일이 있으나 여전히 일부에서 의혹제기는 있었다. 만약 앞으로 반복투표나 기계조작 등의 시도를 통해 부정선거를 할 가능성이 제기된다면 이 제도의 도입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특히 해킹이나 컴퓨터 바이러스·사이버테러 등에 대한 사전·사후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할 것이다. 전자선거는 유권자가 그 대상이므로 지역 간·계층 간 정보격차 해소도 시급한 현안이다. 유권자의 투표성향에 대한 비밀성도 보장돼야 하며 필요한 전자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드는 예산도 확보해야 한다.

 전자선거제는 이 같은 문제점을 보완한 뒤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만에 하나 전국에 동시 도입했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엄청난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디지털시대 전자정부 구현과 전자선거 등이 시대의 흐름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부 보궐선거구나 시험지역을 선정해 전자선거를 실시한 후 이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이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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